나는 어쩌면 지금
그를 기다리며 쓴다,
누구에게나 그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언제인지는 모르나 온다는 것은 분명하다.
누구나 그를 알지만 누구도
그의 생김새를 알지 못한다.
그를 본 사람은 더이상 아무도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오기는 올 것이므로,
하릴없이 이곳에서 기다릴 밖에.
✥
...그동안 나는 고도Godot가
오지 않는 희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쩌면 고도는
다시 생각컨대,
죽음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오기는 오지만
누구에게나 다른 모습으로 오기에
우리는 죽음이 왔을 때
과연 알아볼 수나 있을까.
...그리고 또 생각컨대,
만약 그러하다면 왜 나는
마냥 기다려야 하는가,
먼저 찾아나서면 안 되는 것인가,
이토록 오지 않는 죽음을,
어차피 모든 생은
죽음을 종착지 삼아
둘러 가는 우회로일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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