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건 대개 슬픔과 눈물 뿐이지만
그러나 살아있다는 건
때때로 기쁨이고 위안이어서,
무채를 썰다 남은 자투리를 씹을 때의
그 알싸함이라든가
혹은 시금치를 데칠 때의 그
달착지근한 냄새,
이런저런 나물을 양푼에 버무리다
한 꼬집 집어올려 고개를 젖히고
맛을 볼 때의 그,
싱그럽다면 싱그러운 순간
살아간다는
이 몹시도 번거로운 일을
그래도 해 볼만 한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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