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핀란드에서 왔고

나보다 머리 하나는 좋이 컸다. 

내가 늘 이름을 잊곤 하는 그의 여자친구는 

아프리카계로 지금은 결혼까지 이르러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가깝다고 하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친하지 않았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 시절과 그 이후의 내 인간관계가 그렇듯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곤란한 그런 사이였는데

우리 둘을 묶어주는 공통점이 있다면 

이른바 흑인(들로부터 기원한) 음악에 대한 애호, 

재즈와 블루스로부터 나온 음악들을 좋아한다는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빌 위더스의 이 노래를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2분’,  

빌 위더스의 Ain’t No Sunshine (1971)은 

사랑을 잃어본 자가 느낄 수 있는 절절함이

음표 하나 하나에 오롯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모든 노래에는 

노래를 함께 나눴던 이들과의 기억이 

흔적으로 남는다. 

아니, 그 친구들 뿐 아니라 

이제는 지나가버린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말로는 지나치게 모자란 

그리움이라 해도 좋겠다. 


언제나 손에 닿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내 거품처럼 사라져버리는, 


우리 젊은 날의 한 때. 



(그러하기에 이별에는 어떤 음악도 許하지 않기를, 

고별의 순간에는 음악으로부터 멀리 벗어나기를, 

부질없는 기억들을 음악과 함께 당신의 마음에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겨두지 않기를,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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