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위를 굴러가는 기차바퀴의 단조로운 소음,
그 리듬에 몸을 맡기고 흔들거리며 졸린 눈으로 창 밖,
마치 입자가 만져질 것만 같은 안개를 바라본다,
기차는 느리게 움직이고 안개 역시 천천히 흘러간다,
마치 기차가 안개의 근원이라도 향해 달려가듯
꿈인지 생시인지 모호한 가운데,
밤이 깊어간다.
・
덴마크의 튜바 연주자
다니엘 헤르스케달Daniel Herskedal의
2015년 앨범 Slow Eastbound Train의
첫 트랙이자 앨범 전체의 인트로intro격인
‘Mistral noir (안개 낀 밤)’.
다분히 미니멀한,
선율의 진행보다 반복적인 구성으로
오히려 소리의 텍스처를 강조하는 음악.
안개의 입자와 흐름, 기차의 움직임,
바퀴와 레일의 마찰음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헤드폰으로 듣는다면
‘칙칙폭폭’처럼 들리게끔,
내연기관의 소음마저도 흉내내어
대개는 저음부를 담당하는 탓에
프런트 라인에 나서지 않는 악기인 튜바와,
역시나 빅밴드 편성에서도 보기 힘든
베이스 트럼펫이라는 두 악기의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음악.
・
눈을 감고 음악을 가만히 듣다보면
J.M.W. 터너의 1844년작
Rain, Steam and Speed가 떠오른다.
물론 이 그림의 시간적 배경은 낮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와,
비가 일으키는 물안개와,
기차가 뿜어내는 안개 같은 증기와
튜바와 트럼펫의 관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입김,
그리고 안개 만큼이나 속도 탓에 윤곽이 흐려진
기관차의 단단한 몸체가 뒤섞여,
이토록 시각적인 음악과
저토록 청각적인 회화가 만난다,
터너, 그리고 헤르스케달.
이미지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urner_-_Rain,_Steam_and_Speed_-_National_Gallery_fil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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