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손으로 그리워.

— 정세랑, “이만큼 가까이”



친구가 개 한 마리를 더 들였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리트리버를 그리더니, 

이번에는 집을 잃은 보더콜리. 


보내준 사진을 보고 있자니

대략 30년쯤 전 내 품에 머무르던, 


그리 화목하지는 않았던 가족,

한참 피어오르는 여드름과

못됨과 못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나의 청소년기에 

다행스럽게도 온기를 내 품 안에 전해주던,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남의 손으로 넘어 가

최후도 같이 못 했던, 


혈통도 뭣도 없는 

시골 잡종견이었지만

어쩌면 내 인생에 가장 소중했던, 


그럼에도 아마도 

잊고 있었던 녀석이 떠올라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그때보다는 조금은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된 요즘이었다면

같이 할 수 있는 게 참 많았을텐데.


오랜만에 장롱 속에 앨범을 꺼내

녀석의 사진을 들여다본다. 

참 못 해준 게 많구나. 


보고 싶다, 

아주 많이 그립다, 


손으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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