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秘儀에 이끌렸고, 

종교적이지는 않았으나 靈性을 흠모해왔다. 

메시앙의 음악이 그려내는 것은

서정적인 서사, 혹은 서정으로서의 서사, 

서사를 넘어선 영성의 파동. 


특정 주제를 등장인물이나 

기타 요소에 연결시키곤 하는

라이트모티프를 사용했으니 서사는 서사인데, 

구체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서사가 가진 전반적인 정서가 도드라진달까. 


그러므로 흔히 번역되는 

“아기 예수를 향한 스무 개의 시선”보다

영어권에서 흔히 번역되는

“아기 예수에 대한 스무 가지의 명상”이 

1944년 씌어진 이 작품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메시앙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듣기에 부담없는 작품 가운데 하나이고, 

특히 15번째 곡인 ‘아기 예수의 입맞춤’은

가 드뷔시에게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짐작케하는, 

어쩌면 모르는 사람에게는

드뷔시의 작품이라 해도 

아주 어색하지는 않을 정도의,

매우 아름다운 곡.


영국의 피아니스트 조안나 맥그레고르는

엄청난 파워와 섬세함을 겸비해

이 두 시간에 이르는,

복잡하면서도 단정한 곡을 

정말 매끄럽게 해석, 연주해냈다. 


마치 수천 수만 개의 종이

곡에 따라 동시에 울리기도 하고

따로따로 조용히 속삭이기도 하는 듯한, 

하나하나의 음이 종소리와도 같은 

피아노의 음색을 투명하게 잡아낸

녹음도 인상적인 음반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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