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태어나 1991년 세상을 뜬
터키의 대표적인 작곡가
아흐메트 아드난 사이군은
(‘러시아 5인조’처럼)
터키의 민속선율과 서유럽의 클래식 작법을
매우 탁월하게 결합시켜낸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영국 일간지 The Times에 따르면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헝가리의 바르톡,
스페인의 마누엘 데 파야와 같이
터키를 대표하는 작곡가.
작품의 범위도 상당해서,
5곡의 교향곡과 2곡의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곡들,
다수의 실내악곡과 오페라,
심지어 발레곡까지 손을 대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
그 중에서도 일단 내 귀에 들어온 것이자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연주되는 것이
피아노 협주곡 2곡이니 일단 기록을 남겨본다.
먼저 1952년에서 1958년 사이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 1번 Op.34는
1악장 첫머리부터 서양음악과는 뭔가 다른,
긴장감 넘치며 동양풍의 분위기가 풍긴다.
그리고 바로 치고 들어오는 피아노가
뿜어내는 에너지 역시 대단하지만,
느린 패시지에서 선율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사이군의 솜씨는 탁월하다.
터키의 민속음계를 활용하면서도
동시대의 경향들에 관심이 많았는지
독특한 동양풍과 현대적인 작법이
19세기말~20세기초 후기 낭만음악에 익숙하다면
그리 듣기에 어렵지 않은 형태로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듯.
아래 3악장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굴신 오나이의 에너지는
그야말로 대단하다.
이러저러한 배경설명 없이도
작품이 가진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
반면 1985년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조금 더 구조적으로 복잡하고 난해하며
현대적이지만,
매우 명상적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연주로 링크한다.
특히 17분 20초경 시작하는 3악장은
영화음악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선사하며,
듣기에도 수월하다.
사실 사이군에 대해 정보도 많지 않고
터키의 민속음악에 대해 분석하기에는
전문적인 지식도 매우 부족하지만,
무릇 훌륭한 작품들은 장황한 설명 없이도
마음에 와닿지 않던가.
피아노를 좋아하는 내게 이 두 곡은
종종 꺼내듣기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