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12월 첫날 동네 뒷산에 오르니
산책로에는 떨어진 참나무 잎들이 가득한데,
아주 자그마한 어린 참나무 한두 그루가
때아니게 푸르른 이파리를 밀어올리고 있었다.
이제 해도 짧아지고 날도 추운데 차암—, 싶다가
아하, 큰 나무들이 무성할 때보다 차라리
잎사귀 떨어진 지금이
어린 나무에게는 숨쉬고 햇빛을 받을
어쩌면 최적의 시기로구나, 무릎을 친다.
저 푸르름이, 저 씩씩함이 얼마나 갈 지,
내년 봄에 혹은 여름에 저 나무들이 살아남을 지
나로서는 알 수 없으나
생태계에 중요한 것은 개체의 지속이 아니라
생명의 순환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生이란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것이다,
오로지 그것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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