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어제와 다른 산으로 진다.
西南의 산봉우리에서 西北의 산등성이로,
하지夏至의 거처를 향하여
끊임없이 유랑하고 있다.
마을을 둘러 싼 능선과 봉우리들은
그 자체로 훌륭한 해시계여서,
한 곳에서 여러 해를 나다 보면
굳이 달력에 적힌 24절기를 보지 않아도
파종의 시기며 수확의 시기며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삶에 정말 중요한 정보들은
종종 자연에 기록돼 있다는 것을,
그러므로 자주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는 것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오늘은 망종芒種,
보름쯤 뒤에 도래할 하지에는
동지冬至의 골짜기로 해의 귀향歸鄕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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