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약간 밍밍한 듯한 느낌의 첫 맛, 

그리고 이어서 올라오는 구수한 바디감. 

조금 식으면서 짙어지는 산미(酸味; 신 맛). 


오래 남는 깊은 맛인데, 

인도네시아 린통이나 발리 피베리가 

입 안 한 가득 뭔가가 남는 느낌이라면

파나마 팔미라는 아주 산뜻하게 남는다. 


스트레이트하게 치고 올라왔다가 

뒷 맛도 아주 정직하게 떨어진다. 

그래프로 따진다면 곡선보다는 직선 그래프라고 할까. 

이를테면 네바다 사막을 건너다 야영을 하면서

코펠에 대충 원두를 부순 뒤 끓여 먹으면

진짜 맛있을 법하다면 너무 지나친 상상력일까. 


새로 볶았다며 권해 준 단골 커피집 사장님도 

아직 맛을 못 봤다면서 포장된 원두와 함께 

드립을 조금 내려 주셔서 같이 맛을 보니, 

정말 커피의 세계란 깊고도 넓구나, 싶다. 

(이렇게 직접 내려 준 서비스 커피를 같이 마시며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재래시장 단골 커피집이 있는 장점이다.)


그 사장님 얘기로는 코나와 비슷한 면도 있고, 

아마도 케냐AA를 좋아하는 애호가라면 좋아할 맛이라는 평. 

하지만 일반적인 평가에는 늘 예외가 있는 법이고, 

더욱이 코나는 먹어본 적이 없어 코멘트를 달기는 힘들다. 


에스프레소로 먹어도 참 맛있을 것 같아 

저녁을 먹자마자 얼른 모카포트로 한 잔 더 마신다. 

산뜻하다. 

밥 먹고 먹어도 참 좋은 커피다. 

앞서도 말했지만 

인적 드문 오지에서 끓여먹으면 폼 날 법한 커피. 


인도네시아 발리 피베리가 male coffee라고 불리우지만, 

발리 피베리가 왠지 머리도 수염도 덥수룩한 남자란다면

파나마 팔미라는 아주 깔끔하게 면도하고

머리도 잘 단정된 카우보이의 느낌. 


세상에 맛있는 커피 참 많다,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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