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마치 지문과도 같아서,
얼핏 보기에는 똑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역으로
스스로에게는 본인의 것이
남들과 다른 유일무이한 것으로 느껴지지만,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면 대체로 비슷한
몇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 각자에게 사랑이란
앎과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몸에 오롯이 새겨진,
몸으로 겪어내어야 하는 무엇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지문은
오래전 지워져버린 것 같았다.
아무리 拇印을 찍는다 해도
판별해 낼 수 없는 무늬들,
혹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물결치는 감정의 요동.
그저 둥그렇게,
멋없이 퍼져나가는 검은 잉크 자국.
그리하여 그의 삶은 평탄했지만,
그만큼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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