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2nd Movement of Kuhlau's Piano Concerto, performed by Marianna Shirinyan

이 앨범에 실린 곡들은 여기에서 전곡 감상 가능하다. 



참 낯선 이름과 제목들의 조합이다. 

아르메니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리안나 쉬리니안, 

그녀가 코펜하겐 필하모닉과 함께 녹음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쿨라우의 피아노 협주곡. 


출판순서로는 1번이지만, 

사실 10년쯤 전 작곡된 2번이 나중에 출판됐고, 

출판되지 않은 Eb장조의, 

총보가 남아있지 않은 

또다른 협주곡을 포함하면

베토벤의 세번째 피아노 협주곡이 되는 이 작품. 


사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은 선호도를 따지면

5번(“황제”)과 3번, 4번 순서 정도일테고, 

1번은 특히 한국에서는 전곡연주가 아니라면

무대 위에 오르는 일도 드물다. 


먼저 작곡된 2번이 어딘지 모르게 

베토벤의 것이라기에는 조금 촌스럽다면, 

1796년에서 1797년 사이 작곡된 이 작품, 

1번  C장조는 완연히 베토벤다운 피아노 협주곡이다. 

무엇보다 꿈꾸듯 아련한, 

‘멀리있는 연인’[각주:1]을 그리는 듯한 2악장은

다섯 곡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에서도 

가장 사랑스러운 느린 악장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또 3악장의 현란한 리듬의 향연을 듣노라면

결국 베토벤을 그 이전의 작곡가들과 

구분짓는 요소 중 하나는

그 과감한 리듬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맨 위의 동영상을 굳이 

베토벤이 아닌 쿨라우의 곡으로 올린 것은, 

마리안나 쉬리니안의 베토벤 1번은 충분히 좋지만

이 곡의 최고 수준의 연주라기에는 좀 모자라고, 

더욱이 쿨라우라는 작곡가를 모르는 사람도 

숱할 것 같아서다. 

 

덴마크의 작곡가로 기록된 프리드리히 쿨라우. 

1786년 태어나 1832년 사망, 

베토벤(1770-1827)과 비슷한 시기를 살았으며 

어린 시절 한쪽 눈을 잃고 징집을 피해

함부르크에서 도망쳐 덴마크에 정착했고, 

화상으로 45살에 사망할 때까지 평생 고생했다.[각주:2]


오페라를 많이 썼고 

피아노를 위한 작품과 소품들까지 

방대한 작품들을 남겼지만

현대에는 아마도 플루트를 위해 쓴 곡들이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 아닐까 싶다.


1810년 작곡된 Op.7의 C장조 피아노 협주곡은

심지어 베토벤 협주곡 1번의 ‘패스티쉬’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총주로 문을 여는 1악장 도입부부터 

피아노의 등장 이후의 전개도 그렇거니와, 

2악장과 3악장의 짜임새마저도 

베토벤의 협주곡 1번을 고스란히 떠오르게 한다. 

특히 마리안나 쉬리니안의 이 앨범에서처럼

같이 놓고 연달아 들으면 그 유사성은 두드러진다. 

(이게 바로 이 앨범의 존재이유이자, 

음반 녹음에 좋은 기획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似而不同, 

비슷하나 꼭 같지는 않다. 

베토벤 만큼은 아니더라도

쿨라우의 선율을 뽑아내는 능력은 탁월하여, 

특히 쿨라우 협주곡의 2악장[각주:3]

베토벤의 그것과는 다른, 

독특한 달콤함을 선사한다.


마리안나 쉬리니안의 연주에 관해 말하자면, 

베토벤 1번은 훌륭하기는 하지만

이 곡의 최고수준은 아니다. 

안스네스와 우치다, 브렌델과 아라우가 있으니 

어찌 비교 가능하겠는가. 


다만 쿨라우의 협주곡은 활기차고 생기 넘치며 

이 곡의 많지 않은 녹음, 

펠리시아 블루멘탈과 아말리에 말링의 것과 더불어, 

혹은 그들의 것 이상으로 훌륭한 연주다. 

처음 듣고는 감동할 만큼. 


특히 마이클 프란시스(베토벤)와 롤프 굽타(쿨라우)가 

각각 지휘봉을 잡은 코펜하겐 필하모닉과, 

녹음이 그리 쉽지 않은 베토벤 협주곡을 

완벽한 밸런스로 잡아낸 오키드 뮤직의 

레코딩 엔지니어의 조합이 빚어낸 결과물은 환상적이다. 


이 앨범은 영국의 클래식FM에서 

2012년 10월 첫째주 <이주의 앨범>이기도 했다.[각주:4] 

연주도 상당히 좋고, 무엇보다 녹음 퀄리티가 뛰어난 앨범. 



  1. 아시다시피, “멀리있는 연인에게 (An die ferne Geliebte)”는 끊지 않고 이어부르는 6곡으로 구성된 베토벤의 연가곡 제목이다. [본문으로]
  2. 상기 내용과 이하의 내용은 해리엇 스미스(Harriet Smith)의 도이치 그라모폰 온라인의 리뷰를 주로 참고했다. (https://www.gramophone.co.uk/review/beethoven-piano-concerto-no-1-kuhlau-piano-concerto-op-7) [본문으로]
  3. 사실 이 앨범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자체가 영국의 Classic FM에서 2악장을 듣고부터다. [본문으로]
  4. http://www.classicfm.com/composers/beethoven/album-reviews/beethoven-kuhlau-piano-concertos-marianna-shirinya/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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