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아쉬케나지 덕분에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도 좋아하게 됐다. 

1번부터 5번까지 수십번은 들었건만, 
다른 협주곡들에 비해 정이 잘 안 가던, 
무녀리 같은 협주곡 2번. 

너무 소박하거나 담백하지 않게, 
조금은 낭만주의적 해석이 곁들여진 연주 덕에
아직 충분히 베토벤스럽지 않은[각주:1] 이 곡이
당당하면서도 유쾌한 작품이 됐다.

시대연주가 대세가 된 요즘으로서는 
약간 올드한 해석으로 들리지만, 
 그래, 베토벤은 이런 맛이지, 하게끔 하는 연주. 

관객을 휘어잡는 마력은 없지만
늘 정확하고 악보에 충실한, 
설득력 있는 해석을 보여주는 하이팅크. 
그가 지휘하는 런던 필이기에 더욱 신뢰가는 연주다. 



  1. 앞선 출판번호(Opus number)로 악보가 발행된 1번 협주곡보다 10년쯤 전인 1787년에서 1788년 사이, 그러니까 베토벤이 17살에서 18살 사이 작곡된 협주곡. 이후 작품들에서 보이는 드라마틱함의 단초는 눈에 띄지만 그것을 어떤 형태에 담을 지는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한 듯한 느낌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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