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들 말을 글로 옮기다 보면, 

힘도 맛도 가락도 깎인다. 

게다가 못 배운 사람들 말을

배운 사람들이 알아먹지 못한다. 

[...]

“내 살은 거럴 우예 다 말로 합니꺼”는, 

서울이나 산골에서 없이 산 노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넋두리다. 

글보다 말보다 ‘살은 거’가 진짜다. 

최현숙, ‘내 살은 거럴 우예 다 말로 합니꺼’, 한겨레, 2017년 7월 3일 25면



배운 자들이 글을 쓰고, 

그들은 당최 알아먹지를 못하고, 

그러한 까닭에 ‘없이 산 사람’의 

진짜 삶이 담긴 글은 드문 것인가. 


“할배의 탄생”이라는 구술사 작업으로

여기저기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이름을 접했는데, 

이제 대구 달성군 산골 할매들의 구술을 받아내고 있단다. 


그러고 보면 요즘에는 이런 책들이 반갑다. 

발로 뛰고 눈으로 보고, 무엇보다 귀로 듣고 쓴 책들. 

이를테면 직장폐쇄와 용역폭력을 겪어낸 

안산 SJM 노동자들을 만난 “호모 파베르의 인터뷰”나

김용택 시인의 어머니의 구술과 소소한 작품이 어우러진

“나는 참 늦복 터졌다”처럼 

이제 주류 미디어에서는 거의 사라져 버린, 


그저 다른 방법 없이 온몸으로 

견뎌내고 겪어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어지간한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보다

훨씬 흥미롭고 감동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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