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는 것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오늘 같이 빗줄기가 제법 굵은 날
속옷까지 젖도록 나돌아다녀도
그냥 ‘미친 사람인가봐’ 보다는
‘뭔가에 미친 사람이로군’ 이라는
보다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서 잊어버린,
온몸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즐거움.
놀이에 취해 팔뚝으로 허벅지로 흘러내리는,
또 머리카락을 적시다 못해 마침내 한 방울,
머리 속을 적시던 순간의 쾌감:
기왕 젖은 김에 더 놀다 가자!
그러다 남자애들이라면 하나 둘 웃통을 벗고
떨어지는 비를 고스란히 어깨로 등으로,
이제는 그렇게 놀 친구들이라곤 없겠지만
홀로라도 안장 위에서 페달을 돌려가며,
그 시절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이미 흠뻑 젖은 김에, 더 타고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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