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날 소중했던, 마치 보석과도 같던

그 꽃은 시들어가고, 

깊고 깊은, 어두운 우물에서

한 바가지의 물을 길어 뿌려주어도

다시 살아나지 못할 것을 알기에,


그렇듯 영혼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온다 해도, 

그 물을 그대의 발 앞에 뿌린다 해도, 


이제 다시 없을 기쁜 날이여, 

다시 되살리지 못할 그 봄날의, 

내 가슴 속의 장미여, 


(오, 나의 사랑이여)[각주:1]



첫 음부터 눈물을 부르는 노래가 있다면, 

그런 리트Lied가 있다면, 

단연코 로베르트 슈만이 

니콜라우스 레나우의 시에 곡을 붙인

이 노래가 아닐까.  


사실 괴르네가 올해 발매한

피아니스트 마르쿠스 힌터호이저와의 녹음[각주:2]이  

훨씬 더 절절하지만, 


2004년 에릭 슈나이더와 함께 한

젊은 시절 괴르네의 

부드럽지만 조금은 건조한, 

‘눈물 없는 울음’도 매력적이다. 


1850년, 그러니까 슈만이 죽기 6년전 

이 곡을 포함해 6곡의 노래와 

마지막 레퀴엠까지 일곱 곡이 같이 출판된

작품번호 90번은 이렇게 내내, 


참으로 외롭고 쓸쓸하고 서글픈,

듣다보면 코 끝이 아릿해 오는

마치 한숨과도 같은 노래들이다. 



리트가 흔히 그렇듯이, 

화자의 성별이 달라지면 또 새롭다. 

역시 리트 해석에 탁월했던

메조 소프라노 재닛 베이커의 

녹음도 덧붙인다. 





  1. 이 내용은 원래의 시를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다. 아마도 대략의 줄거리라고 보시면 되겠다. 원문과 영어 번역은 http://www.lieder.net/lieder/get_text.html?TextId=10032 를 참고하시라. [본문으로]
  2. Matthias Gerne & Markus Hinterhäuser, “Schumann: Einsamkeit”, Harmonia Mundi, 2017. 유튜브나 인터넷에서는 음원을 아직 찾을 수 없지만, 주옥같은 슈만의 가곡들을 만날 수 있는 음반이다. 2004년의 슈만 녹음보다 원숙해진 괴르네의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인 앨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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