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포스팅한 Daniel Herskedal의 음악이, 

그 안개처럼 흩어지는 관악의 사운드가 

W.M. Turner의 화폭을 연상케 한다면, 

듀크 엘링턴 밴드가 연주한 이 음악, 

 Take the ‘A’ Train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아직 기차를 타기 전의 소란스러운 플랫폼이 배경이다. 


빌리 스트레이혼이 작곡한 이 곡, 
제목의 A Train이란 1932년 개통한
뉴욕의 지하철 노선이라고 한다. 
그러니 마치 새로 개통한 
산 위로 오르는 모노레일을 홍보하기 위해 작곡된
‘자, 어서들 오세요, A호선 열차 출발합니다, 
어서들 타세요’, 라는 차장의 외침이 들리며
열차를 타고 내리는 승객들의 
소란스러운 흥겨움이 묻어나는 곡이다. 

도입부의 기적소리의 메타포, 
그리고 당대의 내로라 하는 연주자들이 포진한
듀크 엘링턴 밴드의 연주는, 
시대와 나라는 다르지만 
내게 이 그림을 연상케 한다. 

La Gare Saint-Lazare de Claude Monet from Wikipedia Commons


1877년 모네가 남긴 그림, 
쌩-라자르 역이다. 

떠들썩한 분위기, 
서두르거나 재촉하는 사람들, 
그들을 둘러싼 수증기 사이로 
언뜻언뜻 들려올 것만 같은 작별의 인사들. 
(물론 A호선은 당연히 전철이었테니 차이는 있지만.)

재즈라면, 
특히 스윙과 빅밴드 시대의 재즈라면
왠지 흑백이 더 어올릴 것 같지만 
이렇게 총천연색의 기차역 풍경도 썩 나쁘지 않다. 

모네는 같은 해 쌩-라자르역을 
또 한번 화폭에 담았는데,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다음의 그림은
어쩐지 조금더 1940년대 재즈의 느낌이 
물씬 풍기지 않는가? 

Claude Monet, Gare St.Lazare, 1877 from National Gallery


서로 다른 시대, 
서로 다른 뮤지션과 아티스트가 
묘사하는 열차의 풍경들. 
다니엘 헤르스케달과 듀크 엘링턴. 
터너와 모네. 

 
ps.
우리에게도 기차에 대한 음악이 있다. 
산울림 팬이라면 첫 손에 꼽을 명곡 가운데 하나. 
촉촉한 후기의 산울림만 아는 이들에게는 
조금쯤은 놀라운 음악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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