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이라고
달리 해드릴 게 생각이 나지 않아
유자차를 담그다 보니
여러가지 새로 깨닫다.
유자에 씨가 이렇게 많았구나,
10kg을 사면 씨가 2kg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구나,
농사를 지으며 책을 내신 분이
농가에는 늘 쓰레기가 쌓여있기 마련이라라며,
누군가 우리가 먹는 걸 생산하기 위해
그 열 배 스무 배는 버려진다고 썼던 것이
돌연히 납득이 되는 순간.
그렇다면 우리의 먹음이란
얼마나 곤고한 것인가,
얼마만한 수고로움이 바탕한 것인가,
또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
혹은 먹을 수 없는 것의 구분은
얼마나 고단한 것인가,
정말 내가 먹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런 원재료를 사다 직접 해보는 것이로구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버려지는 것들을 보니
식탐과 미식이라는 게
古來로부터 많은 문화에서
죄악시되었던 게 당연한 것이로구나,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이
어디로부터 오는 지,
어떤 과정을 겪으며 오는 것인지
보지 않기 때문에
이 시대에 먹을거리로 인해
이렇게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로구나.
플라스틱과,
또 플라스틱과,
대개는 다시 플라스틱으로 감싸인
‘상품’ 만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먹는다는 것에 대해 어떤 반성도 없이
그저 먹는 것이로구나.
그리고 사실
유자차의 향기란
생유자의 향기를 결코 넘을 수 없으며
그저 그 향기를
조금이라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이를테면 박제하는 것에 불과하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 가득한 유자 냄새에 취해
다시 1주일을
설렘으로 보낼 수 있겠구나.
유자차를 담그며 심심을 덜었는데
1주일을 더
심심하지 않겠구나.
ps.
유자 2킬로그램을 사면
다이소에서 파는 1리터 용기
네 개를 가뿐히 채운다.
그러니 충분히 대비하고 주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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