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시주제가 ‘미황사’라니.
해남 달마산 미황사.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
오랜만에 찾는 학고재 갤러리.
2
가는 길에 들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온통 슬픔으로 가득하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 가운데 하나인
온갖 비인도적 범죄와 사고들,
아우슈비츠와 체르노빌, 노근리와 윤이상 묘소,
그리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유바리와 미카사시,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풍경들을
민담의 텍스트와 시적으로 병치해 낸,
어쩔 수 없이 표제부터 세월호가 떠오르는,
보는 내내 눈물을 훔치게 되는 비디오 작품이었고,
MMCA현대차시리즈 2017전,
임흥순의 2채널 비디오 작업 “환생”에서는
베트남에서, 그리고 팔레스타인에서
죽임을 당한 이들과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이 묵직하게 전해진다.
특히 한 마디의 말도 없이
동작과 표정을 담아낸 베트남 여인,
마치 가해자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음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던 듯 싶다.
3
그러나 막상 삼청동에 간 목적이었던
미황사 전은 그리 인상적이지 읺았고,
오히려 며칠 전 기사에서 본
해남을 그리는 마음만 더 커졌다.
스님과 사람들이 기계 없이
오로지 손과 손으로 쥘 수 있는 도구로만
길을 냈다는데,
다른 생명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라니.
4
한참 쉬었다,
이제 길을 떠날 때가 되었나 보다,
해남 달마산 미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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