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출신으로
문화혁명 당시 5년여 노역형에 처해진 바 있으며,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지금은 프랑스에서
연주활동과 더불어 후학들을 키우고 있는
주 샤오 메이의 바흐 연주.
그녀의 연주는
지난 해 발매된 프랑스 모음곡 음반으로
처음 듣게 됐는데 뭐랄까,
마치 60년대와 70년대 명인들이
연상된달까.
총 연주시간이 1시간 20분 정도,
글렌 굴드(약 1시간)보다 훨씬 느리고
페라이어(1시간 30여분)보다 많이 빠르지도 않은데
무척 빠른 연주로 느껴지는 건,
음들을 연결하고 패시지를 처리하는 게
매우 대범하고 거침없어 그런 듯하다.
굴드의 바흐가 자연스레 떠오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건반 터치와 음색,
미묘한 톤 변화는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의 바흐가 떠오르는
신선한 연주다.
조금 과장하자면 80년대에서 현재까지 이뤄진
바로크 시대의 악곡들에 대한
해석의 변화란 마치 없었다는 듯이,
바로크 시대라는 특수성보다
음악이 지닌 보편성을 끌어내는 듯한
해석이 돋보이는 연주.
1번부터 차례대로 배치한 것이 아니라,
2번 4번 1번 6번 3번 5번의 순서로,
단조와 장조를 번갈아 배열한 것도 인상적.
6곡 중에서도 잘 연주되지 않는
4번(에서도 첫 곡 allemande)이 가장 좋았으나,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어 3번의 연주를 링크한다.
* Added on 9 Jan. 2018 *
왜 자꾸 글렌 굴드가 떠오르는 지 궁금해
굴드를 다시 들어보고 나서 추가로 적는다.
좀 더 정확히 비교하자면,
70년대 녹음된 글렌 굴드의 프랑스 모음곡이
보다 대위법적인 음들의 대조와 병치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데 반해
(그래서 각각의 곡들이 춤곡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에 비해)
주 샤오 메이의 연주는
각각의 악곡들이 춤곡에서 기원했음을
보다 분명히 보여준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사뿐사뿐
춤추는 발등이 느껴질 법한 강약 조절.
그런 면에서 80년대 이래의
바로크 시대 악곡에 대한 연구를
나름의 해석으로 소화해 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굴드와 한 가지 더 비교하자면,
굴드는 빠른 곡은 더 빠르게,
느린 곡은 더 느리게 침으로써
악곡 사이의 드라마틱한 구조를
돋보이게 하는 반면,
주 샤오 메이는
빠른 곡은 조금 느리게,
사라방드와 같이 느린 곡은
조금 가볍고 빠르게 해석함으로써
하나의 모음곡이 틈 없이 이어지도록,
그래서 전체적인 내러티브가 보이도록
연주한다는 것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