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건강했지만 감기에 걸려
잠깐 몸이 굼뜨게 되는 때도 어쩌다 있었다.
이 때는 이웃에 사는
개와 고양이가 하는 것처럼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 헬렌 & 스콧 니어링, “조화로운 삶”
어찌 보면 너무나 예외적인 삶의 기록이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하게 되지만,
아마도 감기를 심하게 앓고 있기 때문인지
정작 가슴에 와 닿은 건 위의 구절.
그렇구나, 개와 고양이는
아프면 자신의 목숨을 자연에 맡기는구나.
그렇게 쉬다가 낫는다면 더 사는 것이고,
반면에 힘이 떨어지면 자연의 품에
돌아갈 때가 되었음을 아는 것일진대,
왜 우리는
아프면 더 먹으라고,
더 챙겨먹으라고,
온갖 보양식들을
더 꾸역꾸역 먹으라고,
그렇게 몸에서 받지도 않는 것들을
억지로 우겨넣는가.
(일을 해야 하니까, 돈을 벌어야 하니까.)
큰스님들이나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현자들이
때가 되면 곡기를 끊는다는 것이
허튼 말은 아니리라,
짐작만 해 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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