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를 핑계로
열흘 넘게 산책을 안 했더니,
언 땅이 녹은 것도 모르고 있었다.
겨우내 허옇게 말라 부풀어오른 채
딱딱하게 굳어진 흙에,
물기가 돌고 있었다.
한참을 푹신푹신한 그 느낌에 취해,
사실은 질퍽질퍽한 그 흙길을
오래도록 밟아보고 싶었다.
이 온기가 씨앗들까지 도달하려면
또 며칠 더 걸리겠지만,
봄비라도 한번 내리면
나뭇가지에도 움이 틀 것이다.
기분좋은 봄 느낌에 취해,
그리고 저녁 무렵 전해진
또다른 봄소식에 취해도 좋은,
그런 날이다.
'Soliloqu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CCLVII : 예언이란 현실과 논리를 능가하는 것 (0) | 2018.03.02 |
---|---|
CCLV : “인류가 지금 크기의 절반 정도로만 줄어들어도” (0) | 2018.01.29 |
CCLIV : 수챗구멍을 청소하는 일은 (0) | 2018.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