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를 핑계로 

열흘 넘게 산책을 안 했더니, 

언 땅이 녹은 것도 모르고 있었다. 


겨우내 허옇게 말라 부풀어오른 채 

딱딱하게 굳어진 흙에, 

물기가 돌고 있었다.


한참을 푹신푹신한 그 느낌에 취해, 

사실은 질퍽질퍽한 그 흙길을

오래도록 밟아보고 싶었다. 


이 온기가 씨앗들까지 도달하려면

또 며칠 더 걸리겠지만,

봄비라도 한번 내리면

나뭇가지에도 움이 틀 것이다. 


기분좋은 봄 느낌에 취해, 

그리고 저녁 무렵 전해진

또다른 봄소식에 취해도 좋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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