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멘델스존, Ruy Blas 서곡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 교향곡 Eb장조, “영웅”



1. 

안토니오 멘데스의 매력은

상상을 초월. 


다이내믹을 만들어가는 솜씨와, 

크게 선율선을 만들어가면서도 

세심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연주. 


특히 템포 조절이 무척 드라마틱했고

리듬에 대한 감각이 탁월했다. 

베토벤의 3악장은 워낙 춤추는 악장이지만, 

2악장마저도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일종의 살풀이 춤을

추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 

(아주 가끔 오케스트라가 이 춤사위를

충분히 좇아가지 못한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훌륭한 연주였다.)


슈만의 협주곡 협연도 깔끔 그 자체로, 

자칫 난장판 직전이 되기 쉬운

사운드를 정돈된 형태로 들려줬다. 

혹시라도 나중에 안토니오 멘데스가

슈만 교향곡을 연주할 일이 생긴다면

꼭 가보리라 생각이 들 정도. 

(교향곡 전곡 싸이클이라면 더 좋고.)


카를로스 클라이버 만큼이나 정열적인

지휘 폼도 인상적. 

(클라이버 이후 최고의 지휘 스타일인 듯.)



2. 

베로니카 에베를레의 바이올린은

매우 음색이 고왔다. 

바이올리니스트가 열일을 해도

딱히 빛은 별로 안 나는 슈만의 협주곡에, 

단정하고 곱되 섬세한 연주가 빛났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악보를 보고 연주했는데, 

자세가 구부정해져 보기 안쓰러웠다.

저런 자세로는 커리어를 

계속 쌓아나가기 어려울텐데,  

쓸데없는 걱정을 했던 것도 잠시, 

앙코르였던 프로코피예프 

무반주 소나타에서는 암보로 훌륭하게, 

자세도 당당하게 연주. 


곱고 예쁘면서도 지적인 그녀의 음색은

어쩌면 독일 레퍼토리 만큼이나

쇼송과 프로코피예프, 

라벨 등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인상. 



3. 

라이브는 역시 

평소보다 집중해 듣다보니

새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존재하는데, 


감히 추측컨대

c단조 교향곡의 저 유명한

‘운명’의 주제는

“영웅”의 2악장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하기는 2악장 Marcia funebre는 

3번 교향곡의 조성인 Eb장조의 관계단조인

c단조로 시작한다. 

그러니 3번과 5번은 뭐랄까, 

동전의 앞뒷 면과도 같다.


그리고 그 유명한 ‘따-다-다- 다---’의 

리듬 역시 이 곡의 2악장에서 

덜 성숙한 형태로나마 사용됐다는 점에서, 

운명 교향곡의 명백한 프리퀄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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