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의 독서란
책장을 정리하기 위한,
다시 말해 버리기 위한 책읽기가 대부분인데,
막상 책들을 버리기 위한 독서란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서너 페이지를 버티지 못하고
재활용 박스로 향하는 책은
글쓴이에게는 미안한 노릇이지만
확인하는 시간도 아까운 까닭에
그것대로 실망스럽고,
의외로 괜찮아서 끝까지 읽거나
아니면 나중을 기약하며
애써 없는 공간을 만들어내야 하는 책은
버리자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으니
그것대로 당혹스러운 까닭이다.
아,
나는 도대체 뭐하자고
책들을 이렇게 많이 쌓아 놓았던가,
웬 욕심을 그리 부렸던가,
이러면서도 사은품인 가방이 탐나
장바구니의 책들을 주문하는
나란 인간은
도대체 뭐하자고.
'Soliloqu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CCLXVII : “You be good. I love you. X” (0) | 2018.08.18 |
---|---|
CCLXV : 어둠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0) | 2018.08.09 |
CCLXIV : 저녁에는 바람이 제법 먼 곳으로부터 불어온다 (0) | 2018.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