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연 외, “시가 뭐고? — 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 중에서
내가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과연.
이 문장들은 어쩌면 생애 첫 문장,
평생 쓰고읽는 법을 배울 수 없었던,
배우지 못했던 이들이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내보이는 속마음.
이제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기쁨,
맞춤법은 좀 틀리더라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자부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좀 고상한 것 아니냐고,
내가 감히 써도 되느냐는 겸허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짜라’는 건지
어쨌든 뭘 쓰긴 써야겠는데 싶어
솔직하게 툭 내던지는 말들 속의
견고한 리듬감,
무엇보다 89명의 ‘할매들’의
삶의 희로애락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글들이다.
점점 더 치장하고 숨기고 젠체하는
글들에 더이상 끌리지 않는 요즈음,
참으로 즐거운 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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