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에 사다 심은 라임라이트, 

네덜란드 나무수국은

하필 몹시도 건조하고 바람도 강한

봄날씨에 화상을 입듯

위쪽부터 타들어가기 시작하더니, 


넓지 않은 뜰이지만

좀 더 그늘지고 습한 곳으로

두 번씩이나 옮겨심어가며 지켜봤더니

얼마전 새 잎들을 밀어올리고는

드디어 꽃대까지 올라왔다. 


식물을 잘 키우기란 참 어렵지만

특별히 병이나 벌레만 없다면

죽이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그 경이로운 생명력이라니.


2

뽑고 돌아서면 생겨난 것이

밭의 잡초라더니, 


집이 깔끔하게 보이자면 어쩔 수 없이 

가끔씩 뽑아주고 정리해야 하는 

이른바 ‘잡초’들,

실로 그렇다. 


뿌리만 살아있어도, 

혹은 어떤 풀들은 줄기든 잎이든

한 부분만 흙에 착생하고 나면 

엄청난 융통성으로 조직을 변형시켜

뿌리도 내리고 잎도 꽃도 만들어내는 

그 유연함이라니. 


역시 식물을 죽이기란 

참으로 어려운 법.


3

그러나 미우나 고우나

저마다 이름이 있고 용처(用處)가 있으며

먹을 수 있고 심지어 약으로도 쓰는 

이런 풀들을


무작정 ‘잡초’로 뭉뚱그려 부르고

무조건 뽑아버리고 

때로 제초제까지 쓰는 건 

또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한 일인지.


춘궁기로 굶주리던 시절,

죽거나 배앓이 할 식물이 아니라면

뭐든지 먹어야 했던 사람들에게는[각주:1]

뜯어도 캐어도 다시 자라나는 

이 강인한 초록의 생명체들이

오히려 자연의 귀한 선물이었을 터.


4

그러므로 

괭이밥풀이며 토끼풀,

고들빼기와 쑥, 살갈퀴, 씀바귀에 

망초 등속의 풀들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니


이제는 적당히, 

너무 자란 것들만 솎아내고

같이 어울려 자라게끔 놔두어

가끔씩 식탁에 올리기로 한다. 


그렇게 다른 생명체들과 

같이 사는 법을, 

또 하나씩 배워간다. 


  1. 니체가 언젠가 썼듯이, 우리를 죽일 수 없는 것이라면 늘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법이 아닌가. That which does not kill us, makes us stronger.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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