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깊숙이, 

또는 바다 깊이 사는 생물은

보호색이 필요없어서

몸뚱이가 투명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보호색이란 

나 무섭지, 하는 ‘공갈’이든 아니면 

못 알아보겠지, 하는 위장이든 간에

누군가가 속아주기를 

바라는 데에서 비롯된 것일텐데,


도대체 이 녀석은 어쩌자고

이렇게 투명한 옷을 입고 속을 다 내보이나.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을 흉내낸 건가

매일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데. 


혹은 투명한 옷 사이로 비친 내장이, 

숲 속의 포식자 가운데 

어떤 녀석의 무늬를 모방했을까,

또는 더러운, 혐오스러운 어떤 것?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몹시도 궁금해지는,

곤충의 세계.


2019.7.20 업데이트:

아마도 ‘금자라남생이잎벌레’인 듯 싶다. 




무등산 약사사에서 내려오는 길, 

처음엔 떨어진 꽃잎인가 싶었다. 


그러나 문득

아니, 주위에 저리 생긴 꽃이 없는데?

가만히 보니, 

어라, 움직이잖아?


꽃은 대충 검색엔진을 돌리면 

비슷한 결과를 찾을 수 있지만, 

곤충은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하나.


스누피 시리즈에 나오는 새 우드스탁 같기도 하고, 

멕시코 도롱뇽의 일종인 아홀로틀(axolotl)을

아주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신비롭고도 섬세하게 아름다운 

곤충의 이름을 언젠가는 알 수 있겠지. 


이름은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우선 어떻게 생긴 친구였는지 기록부터 하고 본다.

역시 산 깊고 물이 많으니 생물이 다양해진다.


2019.7.20 업데이트:

아마도 ‘갈색날개매미충’인 듯. 

4령에서 5령 정도 되어 보이고,

불행히도 농사짓는 분들께는 해충으로 분류되며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종인 것 같다.


고로 원래 글의 ‘생물이 다양해진다’ 어쩌고는, 

사정을 전혀 모르는 자의 섣부른 오해였음을 밝힌다.

이런 실수 역시 배움의 과정일터라, 

원 글을 수정하지 않고 덧붙임으로 대신한다.







하늘하늘거려서 하늘타리인가, 

하늘로 울타리를 타고 타래처럼 자라나서인가, 

아니면 ‘타리’의 평북 방언처럼 사자의 ‘갈기’ 같은  

꽃 이파리들이 돋보여서 하늘타리인가.


학명의 tricho는 그리스어로

머리카락을 의미하는 trix에서 나왔고, 

anthos는 꽃을 뜻한다고 하니[각주:1]

꽃을 보고 파마머리를 떠올리는 건 보편적 상상력인 듯.

(어디서 머리를 하셨기에 저리도 우아한 컬이라니!)


박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이며, 

박꽃처럼 저녁무렵 피어나

밤사이 곱슬거리는 꽃잎들이 펴진다는데, 

마침 저녁무렵 당도한 최승효 고택은 문을 닫아

집구경은 못하고 이웃집 담장의 꽃구경만 실컷.


남쪽 따뜻한 지방에서 서식한다니

서울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꽃. 

7~8월에 꽃이, 10월에 열매가 열리는데

열매와 종자는 약용으로 사용한다고.[각주:2] 




  1. 권순경, “하늘타리”, 약업신문, 2018.12.16 참조. 온라인 그리스어 사전에 따르면 trix는 τρίχα로 trixa에 가깝고, anthos는 άνθος로 표기한다. [본문으로]
  2. 위키피디아 뿐 아니라 구글로 하늘타리를 검색하면 보통 효능과 효과가 검색된다. [본문으로]


연꽃(lotus)과 수련(water lily)을 구분하려면

꽃보다 잎을 보아야 한다고 한다.[각주:1] 


연꽃은 프로테아목 연꽃과 연꽃속이고

수련은 수련목 수련과 수련속인데

꽃의 모양과 부엽(浮葉)하는 섭생 때문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혼동하곤 한다. 


대개 수련의 잎은 물 표면에 떠있으며

한쪽이 예리하게 파여 들어가 있는 반면

연꽃의 잎은 수면 위로 올라와 자라며

사진과 같이 크고 둥그런 형상이라고 한다. 


연꽃은 오염된 물에서 자랄 수 있으며

물을 정화하는 능력을 지닌 반면,[각주:2] 

수련에게는 그런 힘이 없다. 

그냥 아름답게 자랄 뿐이다. 


연꽃의 잎이 무성해지면

수면 위 10~20cm 올라오는 특성 때문에 

너무 우거져 보이고 말끔하지 않아 보이지만,

수련은 표면을 깔끔하게 덮고 

꽃의 모양과 색깔도 다양해서

관상용으로 개량도 많이 되고 많이 심어진다고.


그렇게 연꽃 대신 수련이 많이 보이면서

사람들은 수련이 연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각주:3]

실제로 연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뭐랄까, 

體는 사라지고 用만을 추구하는

지극히 현대적인 현상이라고나 해야할까.


7월과 8월 사이, 

창덕궁 후원에 연꽃이 핀다 하니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아니면 양평의 세미원이나 강화의 신원사라도.


  1.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해가 지거나 비가 올 때 꽃잎이 닫히는가를 보는 것이겠으나 (닫히면 수련일테니), 하루종일 꽃만 보고 살 수는 없으므로 꽃대와 잎을 보는 것이 또다른 방법일 테다. [본문으로]
  2. 더러운 물에서 자라며 물을 깨끗이 하는 연꽃의 특성이 불교와 유교에서 연꽃을 귀히 여기게 됐다 한다. [본문으로]
  3. 심지어 한국 위키피디아에는 수련의 사진이 연꽃 항목에 버젓이 실려있기도 하다. [본문으로]


대추라는 열매가 있으니

꽃이 있는 것이 당연한데, 

정작 꽃을 본 기억이 없는 것은

크기에서도 색깔에서도 

그리 눈에 띄지 않아서일까.


허나 꽃을 발견하고 나니

이렇게 귀엽고 예쁜 꽃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 

참 점잖게 아름다운 꽃이구나, 

싶기도 하다. 


꽃과 함께 담은 잎사귀도

딱히 돋보인다기보다 모든 것이 그저, 

아주 적당하다.



봉은사를 나오는데 공사장 칸막이 앞에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꽃 


잎사귀는 저 아래 두고 

누구를 기다리는지 꽃대를 이만치


까치발 든 어린 누이 같은

이리도 애틋한,


가는 길 붙잡고 

자꾸자꾸 돌아보게 만드는 꽃



식물을 잘 키우는 편도 아니고, 

결국 화분이란 물고기에게 어항 같은 것이라는

어느 가드너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새로 화분을 들이지는 않으나

어머니가 남긴 화분들만큼은

최소한 죽이지는 말아야겠다 생각 중인데,


사실 지금까지 이름도 몰랐고

네이버 렌즈로는 검색이 안 돼 

발만 동동 구르던 이 녀석을

얼마 전 분갈이를 해줬더니

줄기 밑부분에서 저리 귀여운

이파리가 돋아나고 있었다.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시도해보니

베이비 선 로즈로 나오기에

이파리가 자라는 모양과

잎의 형태, 마디처럼 나뉘는 줄기 등 

이모저모 살펴보니, 

아무래도 베이비 선 로즈로 통칭되는

화만초 압테니아(Aptenia cordifolia[각주:1])가 

맞는 듯 싶다.


조금 있으면 동생 잎도 

형님(혹은 언니?)처럼 잘 자라나겠지. 

그리고 언젠가는 꽃을 피워올릴

줄기로 성장하겠지. 

그동안 너무 조그만 화분에

갇혀있었어서 그렇지, 

알고보면 엄청 잘, 

빠르게 자라는 식물이라고.


톡, 줄기 하나 잘라서 

다른 화분에 심으면

대견하게 하나의 성체로 성장한다나. 

어디 집들이 같은 때

하나씩 톡, 잘라서 선물해도

괜찮으려나, 싶은,


6월초에 나를 찾아온 

기특한 선물 같은 꽃, 

그리고 이파리.






  1. Cordifolia의 cor-는 심장(heart)를 뜻하고, 그 이름은 하트를 닮은 잎사귀 모양에서 나왔다. [본문으로]


원래는 

잠깐 입어보려고 한 거예요, 

지난 설에 마련한 옷이 너무 고와서


소만도 지나고 강건너 모내기하러

엄마 아빠 새벽같이 나가신 다음

정말 잠깐만 입어보려고 했다니까요.


근데 뭘 두고 가셨다고

엄마가 돌아올 지 누가 알았겠어요,

보자마자 등짝을 후려갈기시길래

토라져서 빽, 소리치고 뛰쳐나오긴 했는데, 


제가 또 가긴 어딜 가겠어요,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에

새들이 낟알을 쪼아먹을까 올 밖에요. 


내일모레면 수확도 할텐데, 

그래도 이 헛헛한 속을 채울

보리밥도 먹을 수 있을텐데요.


그래서 잠깐 서 있는 거예요, 

정말 잠깐만이라니까요,

이렇게 날씨도 더워지는데.



철산동 근처 안양천변에는

보리밭과 유채밭이 조성돼 있다.

예전에는 보리밭만 보였는데, 

어느샌지 허수아비도 여럿.

(어쩌면 그동안 내 눈이 밝지 못해

못 보고 지나쳤던 것인지도.)


읽던 책에 ‘천남성(天南星)’이 나오기에

얼마나 예쁜 식물이기에 

별 星자가 붙어있나 싶어

구글링을 해보니


아니 이렇게 근육질적인 꽃이라니, 

심지어 꽃차례 이름도 

육수(肉穗) 꽃차례, 

줄기에서 꽃으로 굵직하게 이어지는

그 살집이 떠오르는데,


나름의 방식으로 아름답지만

이름이 준 느낌과는 사뭇 달라 

한참을 혼자서 웃었다. 


특히 천남성은 

관상용으로 많이 키운다던데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앞으로 눈여겨 보아야 할

식물이 하나 더 늘었다. 



국화과의 두해살이 풀이라니, 

한해살이면 이해가 쉬운데

딱 이듬해까지만 바라보고 사는 

식물이라니. 


보통 ‘개-’라는 접두사는

진짜가 아닌 것, 

본래보다 못한 것, 

변변치 않은 것에 쓰인다고 

알고 있는데, 


개망초꽃은 왜 이리 예쁜가. 

개망초니 망초가 있을테고

당연히 망초꽃도 있는데 

(여기 참조) 

개망초꽃이 사람의 눈에는

훨씬 예뻐 보이니, 


하긴 나리꽃에 버금갈 

개나리도 예쁘지 않은가, 

개망초꽃이라고 뭐 다르란 법

있던가, 싶기도. 


5월에서 7월, 

9월에서 10월 사이

흙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피어있는 

이 꽃의 이름을, 


이제야 

알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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