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딱하구나, 

신념에 사로잡힌 자여.

'Soliloqu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LIV  (0) 2016.05.19
LII : 내가 투표하는 이유  (0) 2016.04.12
LI :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척 하는  (0) 2016.04.09

나는 증세에 찬성한다. 

원전에 반대하고, 

입시 위주의 교육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남북이 반목하기보다 대화하기를 바라며, 

그에 따라 이 나라에서 군사분야에 들어가는 세금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공기업의 민영화에 대체로 동감하지 않고, 

현재의 노동자들은 충분히 힘들고 일방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것에, 

아울러 노동조건이 더 유연화되는 데 반대하며,

노동시간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데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며, 


이주 노동자에 대해 비자 발급에서부터 국적 부여까지 

좀 더 문호가 개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성이 사회에서 아직도 불평등을 감수하고 있기 때문에 

더 평등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동성애를 비롯한 여하한 성적 정체성이 

어떤 이가 불이익을 받는 이유가 되는 현실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미 경제적으로 충분히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대자본이 소규모 영세업자들의 삶까지 파고들어 

모든 이익을 독식하는 것에 반대하며, 

우리 동네의 내가 다니는 단골가게들이 치솟는 집세 때문에 

더이상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대학 등록금은 너무 비싸고, 

집값은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무엇보다 이자와 토지로 인한 소득은 

좀 더 철저하게 과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이해관계 때문에 밝혀지지 않은 

그 수많은 진실들이 

이제는 수면 위로 드러나야 한다고 믿으며, 

거짓으로 점철된 토건사업들의 배후를 캐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우리가 더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라고 판단한다. 


성장이라는 덧없는 희망을 믿지 않으며, 

성장없는 사회에서 우리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업은 한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기 때문에

더이상 농민을 사지로 내모는 정책은 멈춰지기를 소망하며, 

내가 조금씩이라도 소비의 중독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방지하려면 지금이라도 

행동에 나설 때라고 믿는다.

(이 목록은 끝나지 않을 것이며, 삶이 계속되는 한 끝날 수도 없다.)



*


이것들이 내가, 


투표하는 이유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척 하는, 

 내 말과 행동의 책임을 윗 선으로 돌리는, 

혹은 실수와 오류에 대해 남 탓으로 일관하는, 


賊反荷杖과 厚顔無恥.


'Soliloqu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LII : 내가 투표하는 이유  (0) 2016.04.12
L :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는  (0) 2016.04.08
XLIX : 휴머니즘의 정당성  (0) 2016.04.08

정보가 많다고 

옳은 판단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는 

옳은 판단을 방해한다. 


휴머니즘은 인류가 고안해 낸 

모든 것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그 정당성에 대해 회의가 든다, 

우리가 매일매일 사지로 내몰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과 

혹은 급속도로 탕진되어 가는 땅과 바다와 하늘을 생각한다면. 


과연 우리의 존재란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가. 

이런 따위의 문명이라면 차라리 사라지는 것도 좋지 않은가. 







조국이라, 

누가 조국 같은 걸 필요로 하겠어요? 

삶조차도 다음 순간엔 어리석은 의미인걸요. 

삶조차도 말이에요.


– 야스미나 레자,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Soliloqu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XLIX : 휴머니즘의 정당성  (0) 2016.04.08
XLVII : 百足之蟲, 至死不僵  (0) 2016.03.25
XLVI : 속도란, 효율성의 신화란  (0) 2016.03.13

百足之蟲, 至死不僵. 

다리가 백 개인 벌레는  죽음에 이르러도 쓰러지지 않는다. 


속도란, 

그리고 그에 기대고 있는 

효율성의 신화란

얼마나 민주주의와 동떨어져 있던가. 


빨리 가기 위해, 더 많이 얻기 위해

그 누군가를 희생시키거나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은

민주주의보다 파시즘에 훨씬 더 가깝다. 




Because it’s not the fall that kills you, Sherlock. 

Of all people, you should know that, it’s not the fall, 

it’s never the fall. 

It’s the landing!


— Moriarty from Sherlock: The Abominable Bride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