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멸(幻滅)과 환멸(還滅) 사이.


生心, 

마음이 무성하여

길을 찾을 수 없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二律背反, 

앎과 행동의 불일치. 


오늘 내려마신 원두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water footprint

생두를 키우고 씻어내기 위해

물부족 국가에서 낭비된 물을 생각한다면, 


과연 내 삶의 욕망을 줄이는 것이 

가능할까 싶다. 


당신이 만약 기후변화에 관심이 있다면, 

그래서 무언가 실천방법들을 찾고 있다면, 



단 하나의 단어만 기억하면 된다: 


줄여라(Reduce)!



우리는 지나치게 많이 소유하며, 

지나치게 많이 생산한다.

우리가 타고, 먹고, 태우고, 버리고, 

사고, 갖고, 씻고, 닦고, 입는 모든 것을 줄이지 않는 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멈출 수 없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허구다.  

‘성장’이 목표에 포함되는 한, 

지속과 공존은 가능하지 않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회에서

부도덕을 정당화하는 유일한 방식은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매일같이 모멸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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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죄를 용서해주기를
잊어주기를—
그러나 나도 잊을만큼
깨끗이는 말고.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Break, heart; I prithee, break!

King Lear, Act V Scen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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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

쓰고싶은 것보다

지우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가볍고, 약간 밍밍한 듯한 느낌의 첫 맛, 

그리고 이어서 올라오는 구수한 바디감. 

조금 식으면서 짙어지는 산미(酸味; 신 맛). 


오래 남는 깊은 맛인데, 

인도네시아 린통이나 발리 피베리가 

입 안 한 가득 뭔가가 남는 느낌이라면

파나마 팔미라는 아주 산뜻하게 남는다. 


스트레이트하게 치고 올라왔다가 

뒷 맛도 아주 정직하게 떨어진다. 

그래프로 따진다면 곡선보다는 직선 그래프라고 할까. 

이를테면 네바다 사막을 건너다 야영을 하면서

코펠에 대충 원두를 부순 뒤 끓여 먹으면

진짜 맛있을 법하다면 너무 지나친 상상력일까. 


새로 볶았다며 권해 준 단골 커피집 사장님도 

아직 맛을 못 봤다면서 포장된 원두와 함께 

드립을 조금 내려 주셔서 같이 맛을 보니, 

정말 커피의 세계란 깊고도 넓구나, 싶다. 

(이렇게 직접 내려 준 서비스 커피를 같이 마시며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재래시장 단골 커피집이 있는 장점이다.)


그 사장님 얘기로는 코나와 비슷한 면도 있고, 

아마도 케냐AA를 좋아하는 애호가라면 좋아할 맛이라는 평. 

하지만 일반적인 평가에는 늘 예외가 있는 법이고, 

더욱이 코나는 먹어본 적이 없어 코멘트를 달기는 힘들다. 


에스프레소로 먹어도 참 맛있을 것 같아 

저녁을 먹자마자 얼른 모카포트로 한 잔 더 마신다. 

산뜻하다. 

밥 먹고 먹어도 참 좋은 커피다. 

앞서도 말했지만 

인적 드문 오지에서 끓여먹으면 폼 날 법한 커피. 


인도네시아 발리 피베리가 male coffee라고 불리우지만, 

발리 피베리가 왠지 머리도 수염도 덥수룩한 남자란다면

파나마 팔미라는 아주 깔끔하게 면도하고

머리도 잘 단정된 카우보이의 느낌. 


세상에 맛있는 커피 참 많다,

새삼 느낀다. 

하나의 생명체를 죽인 것을 보상하려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살려야 하는 걸까. 


아니, 

과연 보상이 가능한 것이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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