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빼앗긴 지는 오래, 

이제 과거마저, 

기억마저 

가져가려 하는구나. 


모카포트로 내리면 맛있다. 

내가 사용하는 모카포트가 4기압 정도라고 하니, 

더 높은 기압으로 더 빨리 내리면, 

다시 말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리면 어떨까 궁금하다. 

(짐작컨대 더 맛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아이스로 먹으면 잘 어울리는 커피. 

이르가체페 첼바와 블렌딩해도 잘 맞는 편이다. 

첼바의 향이 강해서 좀 거북스러울 때 살짝 섞어주면 맛있다.

향기가 강한 원두에 구수한 맛을 더하기 위해 섞기 좋은 원두. 


드립 커피도 나쁘지는 않다.  

굵게 갈아 빨리 내리는 것이 내 입맛에는 나았던 듯 한데, 

드립으로 내리는 것보다 모카포트가 맛있다보니

덜 내려먹게 돼 황금비를 찾지 못했다. 

단맛을 내는 과테말라와 향미가 좋은 원두를 함께

블렌딩해도 좋을 것 같다. 




취향 없이 유행만 있는 사회에 산다는 건

매우 피곤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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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골똘해지는 계절이다 

머리 빠지듯

낙엽 진다.

나의 말들은 늘 괄호 속에,






(그러니까 당신이 보는 이 문장들은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한 서툰 위장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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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참, 

긴—


꿈이로구나.

구수하다. 

숭늉이라 해도 믿을만큼 구수하다. 

Male coffee’라는 별칭이 붙어있듯 

요즘 하는 표현대로 ‘남자남자’하다고 해야할까. 

향보다는 맛이 강해서, 다른 것과 블렌딩하면 

인도네시아 피베리 맛만 난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린통의 중간 쯤, 이라는 설명이지만

브라질보다 더 맛이 강한 것처럼 느껴진다. 

알은 굵고 크며, 실제로 열매가 굵어서인지 

아니면 조직이 성긴 편인지

동일한 스푼으로 계량해 갈면 양이 더 적게 나온다.  


구수하기는 하나 잔맛이 나는 편은 아니어서 

나름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다. 

다만 맛이 너무 강해서, 

그리고 내 취향은 아니어서 다시 사 먹을 일은 별로 없을 듯 싶다.  



추가내용:

그렇듯 맛이 강하기 때문에, 분쇄하기 전의 볶은 원두 상태라면

향이 강한 원두보다 조금 더 오래 보관이 가능한 듯 싶다. 

향은 빨리 날아가도, 구수한 맛이란 그리 쉽게 변하지는 않기 때문.



다시 추가내용:

Male coffee라는 별칭은 사실 그 맛보다는

생두 열매의 생김새 때문에 붙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맛과 향 역시 그 별칭과 딱 어울린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니 

이제는 좀 현명해졌으면 좋겠다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 중에서도, 

코체레 지역 첼바에서 생산하는 원두. 

꽃 향기와도 같은 풍미가 강하다. 


늘 다니는 원두 볶는 집에서 최근에 추천해 줘 꾸준히 먹고있다. 

이르가체페 콩가 지역의 원두와 함께 요즘 늘 구입하게 되는 품종. 

원두볶는 집 사장님에 따르자면 이르가체페는 

워낙 마을마다 농장마다 맛과 향기가 다르다고. 

 

향미가 강한 품종 중에서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 

처음 입 안에 넣으면 퍼지는 향기는 정말 형언불가. 

뒷맛도 잔맛이 없어 깔끔하게 사라지는 것도 일품. 

비유하자면 정말 좋은 향기를 가진 여성(또는 남성)이 

휙, 스쳐지나가는 듯한 느낌. 

그래서 한 잔 마시고 나면 이내 다시 그리워진다. 


아무래도 향기가 많은 만큼 드립이 깔끔하고 좋지만, 

모카포트로도 조금 불을 약하게 하여 천천히 우려내도 맛있다. 

다른 품종보다 아주 조금 더 곱게 가는 게 낫다. 

가끔 뒷맛이 살짝 느끼해 질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만델링 린통이나 브라질처럼

구수한 맛이 있는 품종들과

1:1 정도로 섞어 먹어도 좋다. 


아침의 내가 저녁의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설득하지 못한다,
그런데 하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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