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우리, 어디로 가는 겁니까? 

– 밑으로, 아래로, 나락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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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왔네 바람에 실려
여름의 첫 날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가을의 마지막 날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가자 가자
모든 것이 지나가기에
나는 자주
뒤돌아보리라

– 아폴리네르


지금도 이렇게 잘 모르겠는데

왜 그때는 다 안다고 착각했을까. 


이제 내가 유일하게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이다. 

젊은 시절의 꿈들을 조심하라

끝내는 이뤄지고 말 꿈들이니

–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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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 다녀온 형이 선물로 가져와 처음 먹어본 커피. 

봉투에 ‘클래식 로스팅’이라고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현지에서는 로스팅 정도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모양이다. 


봉투를 열면 마치 코팅이라도 한 듯 윤기가 돈다.  

과테말라와 인도네시아 린통이 섞여있는 듯한 맛과 향기.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으며, 

목 뒤부터 올라오는 스모키한 느낌이 꽤 감칠맛 난다. 

‘아침보다 저녁에 어울리는 커피’라고 하면 너무 주관적인 걸까.


느리게 드립하는 것보다

모카포트(나 갖고 있다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짧은 시간 안에 내려 먹는 게 더 맛있다. 

아이스로 먹어도 맛있을 법 하다. 




종종 자고 일어나면

죽기 전날이었으면 좋겠다.


이 生은 너무 길다. 

지구 역사상 그 어떤 종도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점하면서 

이렇게까지 많은 개체수를 유지한 종은 없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먹이사슬 내의 

다른 어떤 종과도 달리

정말로 모든 것을 다 먹는다는 것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혹은 균류일 지라도 가리지 않고, 

매우 폭력적인 방식으로.   


만약 낙원이 존재한다면, 

그 전제조건은 인류의 부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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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흔한 커피다. 

맛도 좀 흔하달까, 평범하달까, 

과테말라 안티구아가 어떤 맛이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말은 없다. 
그냥......
커피 맛이예요, 라고 할 밖에.  


너무 진하지 않은 적당한 향과 

역시 너무 강하지 않은 적당한 구수함, 
그리고 베이스로 깔리는, 뒷맛으로 남는 달착지근함까지
두루두루 갖춘데다 균형도 잘 맞는 원두.  
누가 뭐라고 해도 기본 중의 기본인 원두다.

우리나라 포털에서 찾아보면 
대개 ‘스모키하다’는 표현이 있던데,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는 알겠지만
크게 공감가지는 않는다. 
목구멍으로 넘길 때 연기처럼 올라오는 
향을 묘사하기 위한 표현인 것 같은데, 
어쩌면 나의 ‘스모키함’의 기준이 좀 다른 지도. 
요는 각자 입맛은 다르기 때문에
마치 그 맛을 모르면 안 되는 것인 양
굳이 ‘스모키함’을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두루두루 갖춘 원두인 동시에
다른 원두와도 잘 어울리는 까닭에 
(물론 다른 스페셜티보다 비교적 저렴한 탓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용 블렌딩을 할 때
빠지지 않는 품종이라고도 한다. 

다만 나의 경우는 아직 
이거다, 싶을 정도로 잘 어울리는 품종을 찾지는 못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케냐 피베리 정도가 어울리거나
아니면 아예 브라질처럼 구수한 맛이 어울릴 것 같은데, 
이 부분은 나중에 직접 해본 뒤 
업데이트하기로 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Updated on 22 June 2016:
오래 벗하기 정말 좋은 원두. 
독특한 향기와 단맛, 쓴맛이 조화를 잘 이룬, 
순하면서도 입안에 남는 맛이 일품이다. 
흔해서, 흔하니까, 라는 이유로 무시할 수도 있지만, 
어디에서나 파는 원두라면 
어디서나 통할 매력이 있다는 얘기도 된다. 
더구나 가격도 싼 편이어서 부담도 적다.  
늘 집 안에 100g씩은 있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원두. 



오직 바보들만이 무죄다

−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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