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반 사는 비용을 아끼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다보니

한 아티스트를 몰아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에는 재즈 기타리스트 그랜트 그린.


2

이 앨범은 4년간의 공백을 깨고 1969년 녹음돼 

1970년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발표

Carryin’ On.


이전까지의 스트레이트하고 깔끔한, 

여운이 많지 않던 그랜트 그린은 어디로 가고

나긋나긋하고 샤방샤방한 60년대 말의 

분위기로 가득. 


그 중에서도 제목은 의미심장하게

‘폭격을 멈추라’고 지었으면서, 

솔솔 바람에 꽃향기처럼 들려오는

비브라폰과 펜더 로즈, 기타의 톤은 참으로

꽃무늬 패턴이 새겨진 품이 넓은 셔츠마냥

사뿐사뿐 스텝을 밟는다. 


3

그래서 사실 이 앨범은

그랜트 그린의 오랜 팬들에게 외면당하고, 

오히려 후대에 애시드 재즈의 추종자들로부터

걸작으로 칭송받게 되었다 전해진다. 


4

그러나 어쨌든 전쟁을 멈추는 건

또다른 전쟁이 아니어야 한다. 

최소한 이 시대는 그렇게 믿었다. 


마크 리부(Marc Riboud)가 1967년에 찍은

유명한 사진, 

반전 시위에서 꽃을 든 여성과 

총검을 쥐고 도열한 군인들의 대면을 다룬

The ultimate confrontation: the Flower and the Bayonet이나

혹은 같은 해 찍은 버니 보스턴(Bernie Boston)의

Flower Power에서 보듯이.


Jan Rose Kasmir confronts the American National Guard outside the Pentagon during the 1967 anti-Vietnam march. This march helped to turn public opinion against the U.S. war in Vietnam.

©Marc Riboud


© Bernie Boston  


5

그리고 그런 믿음이 

혐오와 증오로 만연한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고 싶다. 


전쟁을 멈추려거든, 

갈등을 해결하려거든, 

혐오를 끝내려거든 이렇게 살랑살랑, 

봄바람처럼 속삭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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