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춧잎을 된장에 무치고

밀폐용기에 옮겨 담다가

깜빡 잊고 간도 안 봤음을 

깨닫고서는, 


아, 이제 나도 대충 

어림짐작으로 간을 맞춰도 

내 입맛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정도는 된 건가

싶어져 혼자서 피식,


2

하기는 코로나19로 

학원까지 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몇 달 째 연습하고 있는

클레멘티의 곡은 이제,


가끔 연습하다 암보한 부분이

갑자기 생각 안 나 머뭇거려 질 때도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으니,


(물론 머리와 손을 모두 동원해도

건반을 잘못 짚거나

손가락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더 자주 벌어지지만)


3

역시 무언가가 

몸으로 익숙해지는 것은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음식을 준비하는 일도 그렇거니와

악기를 연주하는 일도 마찬가지인데,


무언가를 몸이 저절로 익숙해질 때까지

들여야 하는 노력에 대해

그야말로 정직한 보상이 주어지는 

일들의 기쁨에 대해

생각해 본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