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릴 적의 그 노래들은, 

그러니까 ‘오빠생각’이나 ‘섬집아기’, 

‘나뭇잎 배’ 등

우리가 좋아한 노래들은 왜 그렇게 

하나같이 슬펐을까. 


아니, 어쩌면, 

오랜 세월을 견뎌낸 노래들은,

이를테면 ‘타박네’나 ‘진주난봉가’나 

수많은 전국의 ‘아리랑’들, 

혹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그런 민요들은 왜 그렇게

한결같이 서늘한 마음을 담고 있었을까. 


2

무릇 기쁨은 노래보다는 춤이 되고

(그러니까, 덩실덩실),

슬픔은 노래가 되기 마련인가. 


이루지 못한 것들과 

지키지 못한 것들에 대한, 

말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더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취하는

모종의 형식인 걸까. 


듣다가 부르다가 망연해지는, 

마음 깊이 묻어놓았던 그리움이며 서글픔이며

애틋함과 애절함, 아쉬움 같은 것들이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마무리짓지 못한 이야기들은

늘 돌아보고 반추하게 만드는 것인가. 

그렇게 (목놓아) 노래를 불러도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시절이며 사람이며,

꿈이며, 연정이며에.

 

3

이런저런 생각들을

빌 에반스가 1962년 녹음한 

‘Danny Boy’를 들으며 머리 속에 궁글려 본다. 


4

‘Danny Boy’는 아일랜드의 민요

‘Londonderry Air’의 곡조에 

웨덜리가 가사를 붙인 노래. 


그러므로 아일랜드의, 

이웃 잉글랜드의 탄압과 척박한 토지에 

농사가 망칠 때마다 수없이

수없는 사람들이 고향을 등져야만 했던 역사,

그리고 아마도 섬나라의 갯마을에는 늘 따를 법한 

배타고 나가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노래.


5

위의 연주는

1999년 발매된 “Time Remembered”의 첫 트랙. 

1958년에서 63년 사이 녹음된 음원들로,

척 이스라엘의 베이스, 래리 벙커의 드럼이 함께 하지만

이 트랙을 비롯한 네 곡은  62년 4월 뉴욕에서 

빌 에반스의 솔로로 별도로 진행된 세션이다. 


1983년에 동일한 타이틀로, 

LP로 발매된 적이 있었으나 

곡의 구성이 다르다. 

위키피디아는 이를 두고, 

가급적 빌 에반스를 좋아하는 팬들이

겹치는 곡들 없이 CD를 살 수 있도록 한 

기획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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