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1. 10. 27

브런치에 포스팅하기 위해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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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The message is this:

You be good. I Love You.

X

— Ted Chiang, ⟨The Great Silence⟩

 from ⟪Elctric Lit⟫, Oct. 20, 2016

 

1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의 

메조 소프라노 수산나 몬카요의 목소리로

피아졸라가 곡을 쓰고 마리오 트레호가 시를 쓴,

“Los pájaros perdidos”를 듣다가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이별을 겪고,

또 언젠가는 궁극의 이별인 

죽음을 경험할 것인 한,

우리는 언제나 상실을 삶 속에서

끌어안을 준비를 해야하는 것 아닐까. 

 

2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우루과이 출신의 베이스-바리톤

어윈 슈로트의 2011년 앨범 

⟨Rojotango⟩에서였다.

https://youtu.be/J_N8h6dKL4I

                              

3

쓸쓸한 회한이 묻어나올 듯 읊조리는 도입부, 

그리고 1분 5초 쯤부터 분위기가 일변하며

참고있던 눈물이 터져나오듯

슬픔이 말이 아닌 몸짓이 되는 순간, 

 

탱고의 강렬한 리듬이라면 

당신을 잊을 수 있을까, 

혹은 당신을 잃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을까, 

씩씩하면서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배어나오는

대단원으로의 진행의 대비가 인상적인 곡.


4

사실 스페인어를 모르니

“Los pájaros perdidos”가 과연 

‘길 잃은 새’인지‘잃어버린 새’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lyricstraslate.com의 영어번역과 

벅스뮤직에 올라와있는 한글 가사를 참고하자면

perdidos는 상황에 따라 ‘길 잃은’ 새로도,

혹은 젊음이며 환상이며 사랑이며와 같은, 

살아가면서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못 잊은, 

‘잊고 싶은’ 그대에 대해 노래할 때의 감정에도

공히 적용될 만한 형용사로 보인다. 


길 잃은 새들에 대해 노래하다, 

내가 잃어버린, 사랑하던 모든 것에 대해,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시절에 대해 울먹이다, 

그렇게 잊으려 해도 당신 만은 왜 

잊혀지지 않는지 궁금해하다가,

종국에는 잃어버렸던 새들, 

그 기억들이 하나하나 달겨들면서

아, 실은 내가 ‘길 잃은 새’였던 것이로구나

(Soy sóloun pájaro perdido / 

que vuelve desde más allá),

하는 깨달음.

 

5

불행히도 수산나 몬카요의 목소리로는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고

(또 하나의 ‘잃어버림’이라는 점에서 

이 곡에 참으로 어울리는 상황이지만),

앞서 링크한 어윈 슈로트의 라이브 버전과

밀바와 같은 팝가수들이 

남긴 영상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들은 것이 

베이스-바리톤의 묵직한,

잔기교보다는 감정의 변화를

굵직한 선으로 표현하는 목소리였다보니

 이렇게 극적인 음악에는

역시 메조소프라노나 알토, 

혹은 베이스-바리톤처럼

저음역대의 노래가 더 잘 어울린다고

느껴진다. 

 

6

그리고 이제 또 새삼 떠올리기를,

 

아침에 뜰에 잠시 왔다 간 

박새 두 마리와, 

지난 해 겨울 초입에 본, 

무리들에서 외따로 떨어져 날던 

그 기러기와,

수 년 전, 십수 년 전, 그리고 

수십 년 전의 그대는

문득 잘 지내고 있는지,

 

내가 잊고 잃어버린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나는 여전히 상실이 낯설고 이별에 서툴어

 작별이 작별일 때, 

안녕이 영원한 이별이 될 때

(quando un adiós es un adiós)를 

아직 알지 못하니, 

 

그저 길을 잃은 

또 한 마리,

새일 뿐.

 


0 (reprise)

아마도 내가 21세기 들어 읽은 

소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심오하며

쓸쓸하고도 서글픈 소설 가운데 하나일

⟨거대한 침묵⟩의 끝맺음을, 

테드 창은 2019년 ⟪Exhalation(숨)⟫이라는

소설집에 묶어내며 이렇게 바꾼다. 

 

The message is this:

You be good. I love you.

 

물론 이것이 실존했던 회색앵무 알렉스가

연구자이자 친구였던 

아이린 페퍼버그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

“You be good. I love you. 

See you tomorrow.”에

더 가까와진 것이겠지만, 

 

입맞춤의 표시 ‘X’가 사라지면서

화자인 앵무새의 다정함도 

조금 사라져버린 느낌이 드는 것은, 

 

과연 우리가,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다른 생명체는 

말할 것도 없고

지구 상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탕진하고 있으면서도 

과연 무엇을 잃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인류가, 

그런 다정함을 받을 자격이나 있을 것인가, 

싶은 깊은 의문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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