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인즉슨, 
해금에서는 물 냄새가 난다. 
이건 몸살 앓는 소리라고, 
輾轉反側, 
풀잎이 바람에 몸 뒤척이는 소리라고. 

그런데 어쩌란 말인가, 비에 젖은 해금이라니!

왠지 짠내 나던 그 물기가
후두둑, 
내리는 빗방울에 씻기지 않겠느냐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살아남기 위해서,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네가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하는 혹은 할 수 있는 
그다지 별볼 일 없는 아버지(혹은, 어머니!)들의 
위대한 하루하루에 바치는
서사시이자 서정시. 



‘루바토rubato’는 

이탈리아어 ‘훔치다’에 기원을 둔다. 

그러나 템포 루바토가 정말로 훔치는 것은 

원래 작품의 박자나 리듬감이 아니라

청자의 영혼이다. 


작품의 흐름에 젖어들었던 

그/그녀의 호흡을

(앗!) 

 멈추게 하고, 

무대 위의 연주자를 

경탄의 눈으로, 

넋을 잃은 채 

보게 만드는 것.


마치 마음을 훔친 연인을 바라보는 

눈길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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