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에 가보니, 


1

곳곳이 어수선, 아직 완벽하지 않다, 

그러므로 다음에 갈 때 분명히 

나아져 있을 것이다,

실망보다는 그런 종류의 기대감,


2

식물학의 기본원리는 도대체 뭘까,

궁금해지는데,


땅에 붙어 자라는 비비추부터

열대 온실의 3~4미터는 족히 될

거대한 나무까지 비짜루과에 묶이고, 


무슨 콩과 식물과 백합과 식물이

사람 키보다 크고, 


이름도 예쁘장한 뽀뽀나무과는

찾아보니 무슨 130속에

2,300~2,500종이 된다고 하고, 


이걸 연구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겠구나,

그런데 흥미로운 걸, 싶기도,


3

그래도 역시 가장 마음에 가는 건

꿀풀과의 허브 식물들과

고사리군 식물들의 다양한, 

아름다운 패턴, 


4

나는 나무와 풀과 함께 

하루종일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깨닫게 되면서,


5

앞으로 시간 남을 때, 

계절이 달라질 때,

햇빛이 달라질 때

종종 가보게 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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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롯데몰에 있는

영풍문고에서는 도서상품권도, 

문화상품권도 팔지 않는다. 


아니, 팔 수가 없다고 한다.

롯데에서 롯데상품권 이외에는

몰 안에서 어떤 상품권도 

팔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황당하기도 하고 약간 짜증스럽기도 하고, 

도서상품권을 사러 김포에 갔다가

허탕치는 난처함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

기록 차원에서 남긴다. 


조카 선물로 도서상품권을 구매할 경우

차라리 동네 편의점을 순회하면서

1~2만원어치씩 사는 게 낫다. 



내가 올바른 사람이기 때문에

행동이 옳은 것이 아니다.

내 특정한 행동들이 옳았기 때문에

내가 올바른 사람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때라도 착각하지 말자. 

올바른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시의적절하게 올바른 행동만이

그때 그때 내 옳고 그름을 규정하기 마련이다. 

 

옳은 것은 ‘존재’가 아니라 ‘행동’이다.


 



나는 어쩌면 지금

그를 기다리며 쓴다,

 

누구에게나 그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언제인지는 모르나 온다는 것은 분명하다.

누구나 그를 알지만 누구도

그의 생김새를 알지 못한다.

그를 본 사람은 더이상 아무도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오기는 올 것이므로,

하릴없이 이곳에서 기다릴 밖에. 

 

 

...그동안 나는 고도Godot가

오지 않는 희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쩌면 고도는

다시 생각컨대,

죽음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오기는 오지만

누구에게나 다른 모습으로 오기에

우리는 죽음이 왔을 때

과연 알아볼 수나 있을까. 

 

...그리고 또 생각컨대,

만약 그러하다면 왜  나는

마냥 기다려야 하는가,

먼저 찾아나서면 안 되는 것인가,

이토록 오지 않는 죽음을,

어차피 모든  생은

죽음을 종착지 삼아

둘러 가는 우회로일진대.

 

요맘 때면 늘 마음에 모래폭풍이 일고

미친 듯 숨을 곳을 찾아 헤매지만

바람이 잦고 나면 그곳이 

바로 옆에 있었음을

뒤늦게야,


깨닫곤

한다.


오랫만에 비다운 비가 내리니

마른 땅몇모금 마시고는 


한숨인 듯 트림인 듯

싸아, 소리와 함께 

흙냄새가 밀려든다,


비의 체취가 

오늘따라 달콤하다.



아, 어느 햇살 좋은 날

당신 이름 석자를 꺼내어 

볕좋은 곳에 널어놓으면

기억도 어느새 보송보송,

또렷해질까 다시 그날처럼




세상에는 노력해서 안 되는 일도 있다.


일에 대한 열정 같은 것이 그러한데,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미련 따위,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붙들고 있어봐야 자존감만 추락할 것이다,

어느 순간 너무나 명확해져 더이상

외면할 수도 회피할 수도 없게 되었다. 


4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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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말들을 지우고 나

쓸 말이 없습니다,


말이라는 게 본디

그렇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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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종소형 면허를 따고 나면

2종소형 면허제도 자체에 대해

할 말이 엄청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도의 불합리함과,

하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재미와,

소소하기는 하나 성취감과 기쁨, 


그러나 이상의 

 줄로 요약하고 만다.


나이가 들면 모든 일에

심드렁해진다더니,

채 하루를 못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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