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끈적거린다,
한여름 마루바닥을 딛을 때,
혹은 쓰레기봉투를 벌리기 위해
개수대 물을 손가락에 살짝 묻힐 때,
아니면 투명한 플라스틱 필름 사이
물기가 있을 때를 상상해 본다면
먼 옛날 바다에서
분자 수위의 결합들이 일어나
단백질이 형성되고 결합되어
이윽고 원시생명체가 태어났다는 것을,
이토록 습하고 끈적거리는 계절에
새삼 그것이 그러했을 거라는 사실을,
누군가의 ‘지적 설계’ 없이도
충분히 그러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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