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저만의 기준을 고집’하다가
‘시대에 뒤떨어진’ 어떤 것을 비유할 때
갈라파고스를 끌어다 붙이는 것은 얼마나
가증스러운 일인가.
실상 갈라파고스의 이제는 멸종한
수많은 생명체들은
이미 각자의 계통에 있어서는
진화의 첨단에 있었으며,
포식자와 피식자가
서로 안정된 생태계를 유지하며
비교적 느린 시간 속에서
여전히 진화하고 있었던 생명체들일 터인데,
느닷없이 새로운 곳을 정복하고
새로운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싸인
인간들의 방문으로,
그리고 그들에 붙어 따라온
생전 처음 접하는 쥐들이며 세균들 탓에
적응할 새도 없이 무참히 죽어간 것일 뿐인데.
그러므로 갈라파고스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의 비유로서가 아니라
인간이 현재도 전지구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이 미처 적응할 여유도 없는
이 위태로운 변화들과 위협들을 상징하는
사례로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인간들이 자신들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 지
모르거나 혹은 무시하면서,
그저 편의에 따라 입심좋게
다른 생명체들을 왜곡하는 한편으로
여전히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들을
무리한 사냥과 남획으로,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오염물 배출과
해양 산성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방식으로
대멸종의 위기에 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을 보면,
또 하나의 인간으로서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질 뿐이고,
이제는 분노도 안타까움도 아닌
그저 슬픔만이 가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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