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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휴이트가
베토벤 소나타 시리즈를 새로 내놓았다.
Opp.2-1(1번), 14-2(10번),
드디어 그녀가 ‘발트슈타인’을! 싶어
얼른 들어보니 역시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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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곡의 베토벤 소나타 가운데
가장 아끼는 곡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 곡, Op.53 C장조이다.
8분음표의 연타로 시작하는
도입부를 듣고 있노라면
내 심장도 같은 박자로 뛴다.
이토록 설레는 시작이라니.
더 흥미로운 건
오른손의 경우 첫 반박자를
쉬고 들어간다는 것.
이미 첫 음표부터
듣는 이의 혼을 빼놓는다.
그런 리듬의 담대한 사용이야말로
베토벤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하는 편.
* Downloaded from https://imsl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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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이 곡의 연주에 대한 평가는
나의 경우 보통,
위 악보의 네 마디를 포함한
도입부 열세 마디에서 결정되곤 한다.
특히 저 첫 네 마디에서
마치 메트로놈과 같은 정확성으로,
그러면서도 디테일을 유려하게,
첫 두 마디 뒤에 이어지는
셋째 넷째 마디의 도약이
얼마나 산뜻한가가 대체로
나의 평가 기준인데,
물론 겨우 1악장의 열세 마디로
전체 연주를 평가하는 건
연주자로서 좀 억울할 수 있겠지만,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발트슈타인’ 대신
‘ L'aurora (The Dawn)’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도입부에서 동이 트는 걸 상상한다고 하니,
영 잘못된 평가 방식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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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다시 듣는
안젤라 휴이트의 ‘발트슈타인’은,
그야말로 산뜻함의 정수.
늘 믿고 듣는 그녀,
박자에서도 흐트러짐이 없고
음표들도 뭉치지 않으며
날아갈 듯 오른손이 오르내린다.
(음원이 인터넷에 아직 없어
링크를 못 하는 것이 유감이다.)
다만 첫 도입이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는데,
뭐랄까 좀 더 대담한 해석이
나의 취향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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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역시 ‘발트슈타인’은,
2014년 발매된 이후 줄곧
나의 레퍼런스가 되어 온
조나단 비스의 아래 연주를,
아직까지 가장 아낄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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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이지만 조나단 비스의 연주는
이 곡의 Ultimate Choice로 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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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클래식 악곡에
C장조는 생각만큼 흔치 않은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에서는
이 곡과 Op.2-3 (3번) 밖에 없다.
우리가 익숙한 그 C장조이지만
이 곡이 연주자에게 요하는
엄청난 테크닉이야말로
이 곡의 유명세와 평가에 기여했다고.
특히 앞의 도입부만 해도,
명인들 연주 가운데에서도
박자가 흔들리거나 음표가 뭉치거나,
아니면 셈여림의 섬세한 조절에서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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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슈타인’은 베토벤 초기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Count Ferdinand Ernst Gabriel
von Waldstein을 말한다.
- Op.는 단수의 작품에 붙는 작품번호이고, 보통 복수의 작품을 열거할 때 Opp.를 쓴다. 마치 책을 인용할 때 한 페이지면 p., 복수의 페이지이면 pp.12~13 하는 식으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