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 - Goldberg Variations


1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모를 수는 있어도,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좋아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아와

마지막 반복되는 아리아 다 카포 사이, 

30개의 변주곡의 구조를 다 이해하기란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 또한 쉽지는 않지만.


3

원래 하프시코드를 위해 씌어졌으나 

1985년, 아제르바이잔 출신[각주:1]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리 시트코베키가

현악3중주 버전으로 편곡한 것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비올리스트 제라르 코세와 함께 

앨범을 발표한다.


이 편곡 버전은 다른 연주자들이 

여러 차례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고

아예 확대편성해 

현악 오케스트라로 연주하기도 하지만,

우아하고 섬세하며 대위법적인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반면

뭐랄까, 피아노로 연주한 

골트베르크 연주가 가진 생동감 면에서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 느낌이 들곤 했다.


4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페터 침머만, 

프랑스 비올리스트 앙뜨완느 타메스티, 

스위스의 첼로 연주자 크리스티안 폴테라 

3인으로 구성된 트리오 침머만의 

새로운 골트베르크 음반은 뭔가 달랐다. 


사실 음반 소식을 들었을 때는

시트코베츠키의 편곡이겠지, 

그러나 믿고 듣는 침머만이니

그래도 들어봐야겠지, 싶어서

청음을 해본 것이었으나, 

알고 보니 세 사람의 

독자적인 편곡이었던 것. 


나중에 음반이 나온 

BIS 레이블 홈페이지에서 보니

골트베르크의 원곡에 충실한 편곡이라고.

그래서일까, 사뭇 심심했던 

시트코베츠키 버전과는 달리

강약도, 빠르기의 변화도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세 악기의 표정도 더 풍부하다. 


이런 비유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시트코베츠키의 음반이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것 같다면

침머만 3중주단의 편곡은

글렌 굴드의 연주와 비슷하달까.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5

불행히도 아직 유튜브나 어디서도

이들의 연주가 공개되지는 않은 듯 하다.

실황이나 음반 트랙을 링크할 수 없을 경우

웬만하면 포스팅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연주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음원의 링크는 훗날로 미루고

우선 느낌부터 정리하기로 한다. 


6

누군가 내게 피아노 버전을 추천하란다면,

당연하게도 머레이 페라이어와 글렌 굴드.

그리고 안드라스 쉬프의 ECM 음반과

이고르 레빗[각주:2]베아트리스 라나, 

라르스 포크트를 꼽겠다. 


PS

그래도 조금은 아쉬워서, 

시트코베츠키–마이스키–코세의 

1985년 독일 실황 연주를 첨부한다. 

앨범의 연주보다 훨씬 더 

생동감이 넘치는 연주.

이렇게 들으니 트리오 침머만과

우열을 가린다는 건 

무의미한 것 같기도.






  1. 아제르바이잔은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었고 그래서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로 흔히 소개되기도 한다. [본문으로]
  2. 이고르 레빗의 “바흐: 골트베르크–베토벤: 디아벨리–르르제프스키: 단결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Sony, 2015)는 기획도 연주도 매우 훌륭한 앨범으로 기억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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