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이메일로 배달되는 신간 목록을 보다보면
이른바 ‘치유’를 테마로 씌어진 책들이 엄청나게 쏟아진다.
참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구나,
누군가에게 위로와 다독거림이 필요하구나, 싶다가도
한 마디 말로 혹은 고작 한 권의 책으로
치유될 수 있는 아픔이란 어떤 종류의 것일까,
궁금해하다가
아, 나는 내가 좀 더 아팠으면 좋겠다,
충분히 좀 더 앓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아픔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 때에만
치유라면 치유랄 것이 이뤄지는 게 아닌가,
혹은 치유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고
그냥 아픔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은 아닌가 싶다가
아, 내가 언젠가
당신의 짐을 덜어준 적은 과연 있던가,
당신의 아픔에 대해 말할 자격이나 있던가,
퍽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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