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 시간 친구네 현관참에서

화분에 갇혀지냈던 라일락을 얻어와

뜰에 심는다.


아마도 15년은 묵었을 나무의 뿌리는

지상에 펼쳐진 줄기와 가지 만큼이나 

두텁고 육중하여, 


차에서 내려 계단으로 끌고 올라오는 것부터 

땅을 그만큼의 깊이로 파는 것도,

파놓은 구덩이에 앉히는 것도, 

흙을 덮고 돋워주고 밟아주는 것도

다 중노동에 가까운 일. 


그래도 밭에서, 뜰에서 

흙과 함께 일하는 기쁨이라면

내 몸이 힘든 만큼 고스란히 그 결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고, 


무엇보다

좁은 화분에서나마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줬던 나무가

더 무성하고 근사하게 자랄 새 집을 

마련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잘 자라도록

수시로 보살피는 즐거움을 얻었다는 것. 


감히 이 단어를 쓸 수 있다면, 

올해 나무 ‘농사’는 이것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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