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ecurity without women’s security.

—  United Nations on Twitter, 20 June 2016




... 그러므로,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성폭력과 성희롱에 시달리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기도 하는 이 나라는, 

전쟁 중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른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첫 칸부터 마지막 칸까지 표정 없이, 홀린 듯 

사람들 사이를 부딪혀 가며 오가던 남자, 


미용실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속에서 

끊임없이 혼잣말을 하던 여자, 


인생이란, 세월이란 왜 이리 고달프냐고,

어디 자리할 곳 의지할 곳 없이 막막한 것이냐고 

가슴에 응어리져 답답해 온다.


세상에는 슬퍼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고, 

슬픈 사람들도 참으로 많아서,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우리 인생이란 별볼 일 없는 것이기에)

‘루바토rubato’는 

이탈리아어 ‘훔치다’에 기원을 둔다. 

그러나 템포 루바토가 정말로 훔치는 것은 

원래 작품의 박자나 리듬감이 아니라

청자의 영혼이다. 


작품의 흐름에 젖어들었던 

그/그녀의 호흡을

(앗!) 

 멈추게 하고, 

무대 위의 연주자를 

경탄의 눈으로, 

넋을 잃은 채 

보게 만드는 것.


마치 마음을 훔친 연인을 바라보는 

눈길처럼,


그렇게.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

 — 윤동주, “팔복” 



하루하루가 슬픔의 나날인, 
추모의 나날인, 
그런 사회, 

그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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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물을 주면

싸아, 하고


흙이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


꿀꺽꿀꺽, 

갈증을 달게 달래는 소리


(생명을 짓는 일의 경이로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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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s no way you can hide behind the camera, 

 because you’re looking through it. 

 And somehow, when you look through the camera,

 you feel even closer to the person you’re photographing. 

 — Don McCu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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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귀가 좀 먹먹하다. 

당신들의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아니면 너무 잘 들리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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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child is an artist. 

The problem is how to remain an artist once he grows up. 
— Pablo Picasso


에티오피아가 5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라고 합니다. 

신문에서 광고를 보고 입금을 할 수밖에 없던 것은, 

제가 즐겨 마시는 에티오피아의 커피 때문입니다. 

커피를 생산하고 운반해 한 잔 내리기까지 132리터, 

그러니까 한 사람이 하루에 소비할 최소한의 물을 

2리터라고 가정한다 해도

66명의 에티오피아 사람이 종일 쓸 수 있는 물을 

펑펑, 

아주 펑펑, 

낭비하고 있는 죄책감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기부 따위로 

그 죗값을 치를 수 있지는 않겠지요. 

아마도 제가 마시는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가뜩이나 가뭄인 그곳의 사람들이 마실 수도 있을, 

아니 마셔야 하는 물을 

소비해야 할 겁니다. 

내가 먹는 것, 마시는 것 하나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불편함이 따르는 걸까요. 



혹은 아래 광고전단의 계좌 번호 이용하기: 
하나은행 379-910002-2705




나는 과연 무엇을 아는가. 

오직 아는척 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지식은 
지식이 아니다. 
 그리고 몸이 아는 지식이 아닌 대부분의 지식은, 
 오로지 아는 척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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