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영국의 Classic FM을 

습관적으로 맞춘다. 


나의 아침은 실은

어젯밤의 음악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 영국은 썸머타임, 

누군가는 자정을 넘기며

이 음악들을 같이 듣겠다. 


인터넷이 열어놓은

이 기묘한 시간의 감각, 

새삼 흥미롭다.

읽던 책에 ‘천남성(天南星)’이 나오기에

얼마나 예쁜 식물이기에 

별 星자가 붙어있나 싶어

구글링을 해보니


아니 이렇게 근육질적인 꽃이라니, 

심지어 꽃차례 이름도 

육수(肉穗) 꽃차례, 

줄기에서 꽃으로 굵직하게 이어지는

그 살집이 떠오르는데,


나름의 방식으로 아름답지만

이름이 준 느낌과는 사뭇 달라 

한참을 혼자서 웃었다. 


특히 천남성은 

관상용으로 많이 키운다던데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앞으로 눈여겨 보아야 할

식물이 하나 더 늘었다. 


수레국화니 애기똥풀이니 개망초

요즘 주변에 흔한 식물들 

이름을 알아가는 게,


그래서 예전에는

못 보고 지나치던 자리에 피어난

이런 들꽃들을 보는 게

몹시도 신기하고 아이처럼 즐거운데, 


그런데 꽃이 지면 어쩌나, 

꽃이 져도 내가 그들을 

알아볼 수 있을까, 


혹은 꽃을 피우기 전

싹이 돋아낼 때의 모습들을

내가 구별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최근 알아가는 

‘이름’들은 알고보면 어떤 식물이 아니라

그 식물의 일부에 불과한 

꽃의 이름인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건

수레국화꽃, 애기똥풀꽃, 개망초꽃, 

그 꽃들이 지면 기억도 사라지겠지, 

싶어져서,


(그리고 또 이미지 검색으로도

이름을 찾을 수 없는 꽃들은

도대체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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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과의 두해살이 풀이라니, 

한해살이면 이해가 쉬운데

딱 이듬해까지만 바라보고 사는 

식물이라니. 


보통 ‘개-’라는 접두사는

진짜가 아닌 것, 

본래보다 못한 것, 

변변치 않은 것에 쓰인다고 

알고 있는데, 


개망초꽃은 왜 이리 예쁜가. 

개망초니 망초가 있을테고

당연히 망초꽃도 있는데 

(여기 참조) 

개망초꽃이 사람의 눈에는

훨씬 예뻐 보이니, 


하긴 나리꽃에 버금갈 

개나리도 예쁘지 않은가, 

개망초꽃이라고 뭐 다르란 법

있던가, 싶기도. 


5월에서 7월, 

9월에서 10월 사이

흙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피어있는 

이 꽃의 이름을, 


이제야 

알게 되다. 



은행나무

Ginkgo biloba L.


서울숲에서, 

은행나무가 아주 자그마한 숲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보던, 

띄엄띄엄 흩어져 서있던 나무가

이렇게 한 데 모여있으니 

그 또한 장관이었다. 


어디서 마주친들 은행나무를 

알아보지 못할 일은 없을테니,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담아본다, 


은행나무, 

그리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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