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그리그 서거 110년이라고

기념하는 행사를 치러 놓고,


윤이상 선생의 

탄생 100주년에는

(1917년 9월 17일생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음악이 어렵다고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짐작,


어쩌면 올 한해 

한국의 클래식 음악계에

가장 중요한 이벤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늦었으나

그래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 둔다.)



후회할 것 

뻔히 알면서

왜 이렇게 자꾸 

말을 보태나. 


말을 많이 한 날은 

메스꺼움, 


혀끝에 매달린

욕지기처럼

견딜 수가 없다. 


이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가 된다면

저나 여러분이나 덕을 볼 건데

왜 그 싸움을 힘없는 사람들에게만 맡겨버리나요. 

– 정일우 (데일리 존 빈센트) 신부의 말

한동원, ‘내 친구 정일우: 우리 모두의 얼굴이 그곳에 있다

한겨레 2017.11.4(토) 18면 중에서





물고기에게는 떼를 지어 헤엄칠 때 

서로 충돌하지 않게 막아주는 

이른바 ‘측선’이라는 기관이 있다. 

우리에게는 그런 기관이 없다. 

그래서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더 낫다.

–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잡는법”


그러고 보니 

어쩌면 인간은

인간 스스로 주장하는 것만큼

사회적인 동물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과도한 확신은 모든 사실을 잠식시킨다. 

의혹 제기와 어떤 사람을 의혹만으로 

‘악마의 얼굴’을 가졌다고 단정짓는 무책임한 행동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영화가 저널리즘을 대신하는 상황의 심각성에 

언론조차 둔해졌다. 

[...]

진실이 아니라, 

진실을 추적하는 ‘나’에 대한 나르시시즘은

자신이 무슨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지 

결코 볼 수 없게 만든다. 

이라영, 악처, 한겨레 2017.10.26(목) 22면


사실에 바탕해 진실을 파헤치는 것은

저널리스트의 역할이다. 


다만 내가 그동안 진실을 얘기해왔다는 것 때문에

내가 앞으로 해줄 이야기들 역시 

반드시 진실일 거라고 전제하는 것은 

오만일 뿐 아니라 오히려

진실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훼손된 진실의 자리를 대신하는 건

나를 빛낼 수 있는, 

나를 좋아하는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그럴 듯한 주장들. 


저널리스트가 유명인사가 되는 순간, 

진실과 허구 사이에서 방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내가 추구하는 진실보다 내가 더 빛나지 않도록, 

혹 내가 추구하는 진실이 너무 그럴듯해

속아넘어갈 허구가 되지 않도록. 



그런데 과연,


그녀가 선량한 척 했다면, 

순진한 척 했다면, 

약한 척 했다면, 

혹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예뻤다면’,

아니면 성 역할이 뒤바뀌어 

‘그녀’가 아니라 ‘그’였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이런 논란이 벌어졌을까? 


모를 일이다. 


이제와 

새삼

뭐하러


— 나는 늙어가고 있다


시내 테이크아웃 음료점에서 먹어보곤

처음으로 시도해 본 뱅쇼(vin chaud).

프랑스어여서 이국적이지만

뜻을 알고 보니 mulled wine이다. 

유럽의 겨울 음료로 

감기에 좋다


와인 1병 (750ml),

사과 2개,

레몬 2개,

계피 한 줌,

흑설탕 4스푼을 넣고

뭉근한 불에 1시간 20분 끓이고 나니

그럭저럭 먹을 만 하다.


다만 시간은 1시간쯤으로 줄이고 

와인이 끓기 시작할 때 쯤 과일을 넣으면

보기도 더 좋고 식감도 살아날 것 같다. 


또 꿀이 있으면 좋겠지만, 

싸구려 꿀을 쓰느니 

흑설탕을 쓰는 게 나쁘지 않겠다고

짐작해 본다.  


와인은 1만 2천원 짜리를 

1만원에 샀는데 나쁘지 않다. 

굳이 더 비싼 와인을 쓸 필요는 없겠다.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끓인 와인 냄새가 집 안에 배어있는 것도

나로서는 그리 나쁘지 않다. 


훌륭한 음료 레시피를 하나 배웠다. 

겨울 내내 두고두고 해 먹게 될 듯. 


 + updated on 1 Dec. 2017


세 번 정도 만들어보니 

사과 2개, 레몬 2개는 

와인 한 병에 너무 많은 듯 싶다. 

(음료라기보다 수프 같아진다.)


아예 와인 두 병을 쓰거나, 

(하지만 너무 오래 먹게 되니)

그냥 사과 1개에 레몬 1~2개 정도 넣는 게

‘음료’라는 이름에 걸맞은 듯. 


의견을 사실로 포장하거나

사실을 의견으로 폄훼하거나, 


인터넷과 SNS, 유사언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견과 사실 사이 그 간극의 심연,


나는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가.


과연 대중이 민주주의적으로

민주주의를 포기할 것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인가 아닌가? 


—포퓰리즘, 혹은 유사파시즘에 대한 

질문 하나.

음모론적인, 

그러나 합리적으로 여겨지는 의심: 


과연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대개 부와 권력의 꼭대기에 위치한 그들은

진짜 기후변화가 없을 거라고 믿는 것일까


혹시

기후변화는 이미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 재앙이 전면적으로 도래하기 이전에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자기들의 것으로 삼고

독점적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자신들은 믿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대중에게도 그것을 믿지 않게끔

선동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해

우리는 너희들의 고통은 상관않는다, 

어떤 의미도 없다, 

그 고통과 곧 뒤따를 죽음을 발판삼아 

우리는 살아남겠다는

일종의 책략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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